[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마치 한국여자오픈 같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장(파72ㆍ6732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세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총상금 500만 달러)을 지켜본 골프팬들의 이구동성이다. '미국의 내셔널타이틀'이지만 '한국잔치'가 됐고, 박성현(24)이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쳐 2타 차 역전우승(11언더파 277타)을 일궈내 마침표를 찍었다.
US여자오픈에 유독 강하다는 게 이채다. 1998년 박세리(40)를 기점으로 2005년 김주연(36), 2008년과 2013년 박인비(29ㆍKB금융그룹), 2009년 지은희(31ㆍ한화),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30ㆍSK텔레콤), 2015년 전인지(23), 올해 박성현까지 8명의 챔프를 배출했고, 총 9승을 합작했다. 2008년 이후 최근 10년 동안은 7승이다. 올해 열린 세 차례 메이저 역시 2승을 수확하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한국이 빅 매치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미림은 "한국 선수들은 강하고, 코스에도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선수들이 "기계적으로 샷을 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난코스에 아랑곳 하지 않는 이유다. 메이저코스는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좁다. 또 러프는 길고, 그린은 빠르다. 샷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은 멘탈이다.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박인비가 메이저에서 7승을 기록한 원동력이다. 코스가 어려운 만큼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참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박성현은 나흘 동안 보기 7개를 범했지만 더블보기 이상의 성적을 내지 않았다. 끝까지 견디면서 기회를 엿봤다. 사흘 연속 선두였던 펑산산(중국)은 최종일 트리플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맞았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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