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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의 덫①]'정부'에 운명 맡긴 '기업'의 비애…비리·로비 천국

최종수정 2017.07.17 07:31 기사입력 2017.07.17 07:30

정부와 지자체 인허가 건수 700건 육박
사상 최악의 면세점 스캔들 파문…인허가 제도 손봐야
유통·건설·금융 등 곳곳 로비·비리 '얼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할 당시 검찰은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 등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를 당하는 등 기업활동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입게 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기업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말 그대로 정부가 '인허가권'과 '세무조사' 칼자루를 쥐고 기업을 뒤흔든 것. 이에 대기업 총수들은 '특혜'를 바라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돈을 갖다 바쳤다. 양 재단은 기업을 압박하는 통로 그 자체였다.

올 초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증인석에 오른 재계 총수들은 일제히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게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이라며 규제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웅변했다.

관세청의 점수 조작으로 불이익을 받아 면세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바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모습. /아시아경제 DB

최근에는 면세점 특혜 논란이 뜨겁다. 관세청이 사업자 평가 항목 점수 등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점수를 의도적으로 잘못 매기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를 탈락시킨 사상 최악의 '면세점 스캔들'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롯데는 탈락했고, 한화와 두산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번 기업의 투명경영을 막는 최대 걸림돌로 정부의 과도한 경영개입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비리 주범'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탓에 기업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에 과도한 권한이 쏠려 있는 인허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앞서 불거진 사건처럼 각종 비리와 로비가 판을 칠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7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인허가 건수는 약 680건에 달한다. 막강한 수준을 넘어서 기업의 운명이 정부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마천루를 올리기 위해서도 인허가는 필수고, 수천억원을 쏟아 붓고 건설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교통문제와 소방점검 등 각종 점검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에서의 개발행위, 국가지정문화재 촬영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해양심층수를 개발하거나 어항에서 스킨스쿠버·윈드서핑을 하려고 해도 허가가 필요하다.
▲자료: 국토교통부

소비자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산업일수록 인허가 규제는 더욱 깐깐하다. 규제산업으로 불리는 방송과 통신·금융·에너지 등은 정부 인허가 없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하다.

유통업계 인허가 규제에 따른 폐해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각종 영업 규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홈쇼핑 업태의 경우에도 5년마다 특허가 갱신되는 구조여서 살얼음판을 걷기는 마찬가지다. 면세점사업도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시한부 인생이다.

문제는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데다 정보공개마저 미흡해 끊임없이 특혜 의혹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에 곳곳에서 비리가 터지고 있다.

지난해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비리가 대표적인 예다. 2015년 4월 롯데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유효기간 3년의 재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 감사 결과 담당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롯데 임직원 비리에 대한 보고 누락을 묵인했고 롯데와 경영자문 계약을 맺은 심사위원들이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자체 비리도 상상을 초월한다. 청와대 핵심에서 전·현직 부산시장의 측근까지 구속되는 등 비리의혹으로 얼룩진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의 경우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일명 엘시티 방지법은 초고층 건물에 대한 인허가 과정에서 투명하게 교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허가 대상을 줄여 정부의 힘을 빼고 외부인 참여 확대, 인허가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업들은 인허가 규제에 대한 폐해가 경영에 큰 부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10곳 중 평균 6~7곳이 기업경영 활동에서 관주도 경제가 폐해를 불러온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갖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15년 기업이 꼽은 중복규제 169건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60.4%(1023건)가 인허가 규제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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