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욱하다 훅 간다…당신도 분노조절장애?

최종수정 2017.07.14 14:17 기사입력 2017.07.14 14:09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지난 2월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워 벌금 50만원을 내게 된 A씨(58)는 파출소와 경찰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약 3주 동안 37회나 이를 반복한 A씨는 화가 풀리지 않자 이번에는 약 3시간여 동안 검찰청으로 26차례 전화를 걸어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화풀이를 했다.

경고를 보내고 달래도 봤지만, A씨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검찰은 결국 A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A씨는 울산지법에서 징역 8개월 실형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처럼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경우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학원을 운영하던 B씨(40)는 지난해 12월 제주도의 한 카페 유리창 앞에서 손님 여럿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했다.

이와 유사한 범죄로 이미 벌금형을 한 차례 받았던 B씨다. 가중처벌의 요인이 되지만 제주지법은 그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재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을 참작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다.
지방의 한 검찰청 소속 사무직원 C씨(45)는 성적인 욕구와 분노를 모두 분출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는 2015년 12월 한 법률사무소의 수습 직원 신분으로 검찰 민원실을 방문한 여고생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고, 저녁 자리에서 막걸리를 마신 다음 여고생에게 "오빠라고 불러라"라면서 다가가 어깨를 만지는 등 여러차례 신체 접촉을 했다.

C씨는 결국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법정에 섰고 지난해 11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C씨는 해당 여고생에 대한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격려 차원에서 어깨를 두드렸을 뿐인데 그 여고생이 나를 처벌받게할 목적으로 무고했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며 여고생을 경찰에 고소했다.

B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추행 혐의는 항소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홧김 고소'는 '무고죄'라는 부메랑이 돼 B씨를 다시 법정에 세웠다. 청주지법이 내린 벌은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분노의 보복'이 자신의 죄만 키운 셈이 됐다.

분노나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욱'하는 바람에 저지르는 실수의 대가는 이처럼 무겁다. 자신은 억울하고 힘들어서 '분출'을 한 것이라도 법 체계가 눈감아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원이 이런 사람들을 처벌하면서 경우에 따라 '치료 명령'을 내리는 건 이 같은 행위가 정신질환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서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는 인신구속이나 벌금 같은 처벌 못지않게 적절한 치료이수 명령을 내리는 게 재발방지를 위해 더 중요하다"면서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처벌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행위를 일종의 '조절장애'에 따른 것으로 본다. 소위 '분노조절장애'로 불리는 질환을 포함해 '습관 및 충동장애'로 크게 분류된다. 문제는 이런 질환을 앓는 사람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4937명이던 '습관 및 충동장애' 환자 수는 지난해까지 5년새 5920명으로 약 20% 늘어났다. 심평원의 집계는 당연히 자신의 질환을 병원에서 드러낸 환자에 국한된다.

전문가들은 "정신적인 질환의 경우 치료 받기를 꺼리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황에 대한 집계 결과와 실질과의 괴리가 다른 질병보다 훨씬 더 클 수가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2년 사이 20%가 늘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기할 건 20대 남성 환자의 수가 같은 기간 약 68% 급증하는 등 20~30대 환자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훨씬 컸다는 점이다. 극심한 경쟁과 취업난, 이에 따른 박탈적 감정이 질환을 유발하거나 미미하던 질환을 증폭시켰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