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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궁금증이 닮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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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의 책피카]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시간 궁금증이 닮은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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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시간 관념 생각해낸 두 학자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
특허국과 경도국에서 시계 동기화 생각…제국주의, 시계·지도 통일 필요성 배경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지구는 모래바람으로 황폐화하고 전 세계는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이 상황에서 우주선 조종사였던 아버지는 어린 딸의 만류를 뒤로 하고 자식들을 위해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나간다. 여차저차 블랙홀에 들어간 아버지는 5차원 세계에서 딸의 모습을 발견한다. 딸에게 중력방정식을 완성할 수 있는 블랙홀 안의 데이터도 전달한다. 덕분에 인류는 중력을 적용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우주에 건설했다. 딸과 아버지의 성을 딴 '쿠퍼 스테이션'이다. 아버지는 마침내 쿠퍼스테이션에서 딸을 만난다. 그러나 떠날 때와 큰 차이 없이 흰머리조차 찾기 힘든 아버지의 외모와는 달리 딸은 120세 이상의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인류는 구했지만 사랑스러운 딸의 성장과정을 보지 못한 아버지, 그를 항상 그리워했던 딸이 안타깝기만 하다.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얘기다. 여기서 어떻게 딸이 아버지보다 늙을 수 있었을까. 답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있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상대적이라는 개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빠른 물체 안에서, 또 중력이 큰 상태에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느리게 간다. 빠른 우주선을 탔고, 중력이 큰 행성에 머물렀던 아버지였기에 딸보다 시간이 느리게 갔고 늙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뉴턴 물리학의 절대시간이라는 과학계의 통념을 뒤흔들었다. '지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고 현재는 GPS나 인공위성 같은 최첨단 기술 등으로 발달했다. 전 세계는 인공위성으로 시간이 통일될 수 있었다. 인공위성의 중력과 속도 등을 고려해 지상의 시간 오차를 교정했다. 상대성이론이 '시계의 동기화', 전 세계인들의 시간을 통일시켰다는 얘기다. 덕분에 우리는 어디에서건 시간을, 또 다른 나라의 시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단순 '천재'이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과 같은 시대의 학자들, 그가 일했던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상황, 식민주의적 제국시대의 시계, 지도 등의 통일화 필요성 같은 시대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대 과학사ㆍ물리학 석좌교수이자 과학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피터 갤리슨(Peter Galison)은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에서 학자들의 일상생활을 파고들며 이 과정을 상세히 파헤친다. 이들이 속했던 학교나 직장은 어땠고, 누구와 교류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등을 편지, 연설문, 강의자료, 회의 기록물, 특허신청서 등을 통해 추적한다. 그러면서 과학이 추상적인 이론에서 나아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생활과 연결돼 있으며 역사와도 연관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 수학 공식을 칠판에 적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가 아인슈타인이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특허국 직원이자 26세의 젊은 무명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내세운다.
"이 책의 목표는 우리가 너무 자주 만나곤 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앙리 푸앵카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1900년 무렵 유럽은 1000년 역사에 가장 비상한 기술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자동차, 전신, 화학적 생산, 전기, 전구, 라디오, 인공 비행의 발전과 더불어 세계는 해마다 달마다 시민들의 눈앞에서 바뀌고 있었다. 이러한 발전을 당연히 간과할 리 없었던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가 바로 그 변화에 중심에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특허국에 있었고 자신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파리 경도국을 책임지고 있던 푸앵카레는 수천㎞의 해저케이블을 통해 시간 신호를 보내서 정교한 세계지도를 창조한다는 전 세계에 걸친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갤리슨이 푸앵카레를 불러온 이유는 그가 아인슈타인에 앞서 상대성이론, 상대적 시간 관념을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해 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관하여'가 나온 시점은 1905년이었다. 동시대에 저명한 과학자였던 푸앵카레는 1898년 '시간의 척도'라는 논문에서 동시성이 사람들의 동의로 형성된 단순 규약일 뿐이고 빛과 같은 신호의 교환을 통해 시계를 맞추는 것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했다. 갤리슨은 푸앵카레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였고 독일어로도 번역돼 아인슈타인이 그의 논문을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울러 푸앵카레는 프랑스 경도국에서 시간의 동기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지도에 표시하기 위해서 시계의 동기화가 필요했다. 아인슈타인 또한 전기동역학, 시계의 동기화에 관심이 있었고, 특허국에서 시계 동기화를 위한 기술들을 접했다. 시계의 동기화를 기술적, 철학적, 물리학적 교차점으로 풀어냈다.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 모두 실제와 이론 간에 접점이 있었다는 점은 책의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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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 시간의 제국들'|피터 갤리슨 지음|김재영·이희은 옮김|동아시아 펴냄|2만5000원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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