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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시대]트럼프 대통령, 골프도 끊임없는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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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트를 몰고 그린으로 진입했다.(유튜브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트를 몰고 그린으로 진입했다.(유튜브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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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러시아와의 관계 조정 등 숱한 난제를 떠안고 귀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일정은 어김없이 '골프장행'이었다.
그는 9일 오전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으로 달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170일 동안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나 골프장 시설 등을 방문한 것은 51일이나 된다. 그중에서도 골프장만 따지면 37번째 방문기록이다. 미국 골퍼들조차 "트럼프가 골프 애호가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 정도로 많은 골프 라운딩을 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른다.

사실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골프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폭주하는 국내외 업무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미국 대통령이 여가 시간을 활용해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미국인은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다.


흔히 미국은 골프 천국이라 불린다. 그 정도로 골프는 대중적이다.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골프인구는 여전히 2500만명 안팎으로 부동의 세계 1위다. 전 세계 골프장의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다는 통계도 있다.
20세기 이후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지금까지 20명이고, 그중 골프를 즐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17명에 이른다. 골프를 치지 않은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 해리 트루먼, 지미 카터 3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미국에서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자체는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얘기가 좀 달라진다. 취임 6개월도 채 안 돼 골프와 관련한 이런저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트를 몰고 이동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트를 몰고 이동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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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 위 카트 난입' 사건이 크게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이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카트를 직접 몰고 골프장 그린 위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그린 위에선 골프화나 공 자국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린 위에서 카트를 마구 몰고 다녔다. 심지어 이 장면을 촬영하고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지나가는 모습까지 담겼다.

이 동영상을 계기로 온라인에선 '골프장에서 카트를 타고 그린 위로 다녀도 된다는 규정이 생겼다. 단, 골프장 주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조크가 등장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최고급 골프장을 19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골프의 기본적 매너조차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비꼰 것이다.

미국의 NBC방송은 당시 아침 방송에서 '저 행동은 내가 싫어하는 짓을 한 첫 번째 일'이란 반응의 글을 올린 트럼프 지지자의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눈쌀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행동이란 의미다.

더구나 이 동영상이 오는 13일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이 열리는 뉴저지주 배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는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회가 열리는 오는 13~16일 사이에 배드민스터 골프클럽에 깜짝 등장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정상으론 무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14일 파리에서 열리는 프랑스 대혁명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이 프랑스의 동맹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 10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프랑스 방문 일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여전히 예측불허'라고 전망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자기 비즈니스와 시설을 홍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트럼프가 자신의 골프클럽을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관측에 바탕을 둔 기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 유세 도중에도 불구하고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열리는 영국의 스코틀랜드까지 날아갔다. 자신의 소유인 턴베리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는 헬리콥터로 상공을 몇 바퀴 돈 뒤 골프장에 내려선 구름처럼 몰려든 취재진들에게 "선수들은 최고의 코스에서 열리는 최고의 대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골프 비지니스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번 US여자오픈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시위 몸살도 앓을 전망이다. '울트라바이올렛'과 같은 사회단체들이 여성 비하 발언 등 여성 차별적 언행을 일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에서 LPGA 대회가 열리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시위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렸던 US오픈 남자 골프 대회 도중에는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대회 개최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매단 경비행기가 골프장 상공을 비행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계속 불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 10월 트위터에 '온갖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하루 종일 골프를 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후에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끈질기게 문제 삼으며 괴롭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골프 라운딩과 관련해 종종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실제로 그는 8년 임기 중 333회나 라운딩을 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라운딩 기록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을 기세다.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취임 첫해 6월12일까지 기준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번 라운딩을 했지만 트럼프는 이미 19번을 넘어섰다.

긴급 국정 현안마저 내팽개친 골프 라운딩에 대한 불만도 쌓이고 있다. 지난 4일 오전부터 백악관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대응방안을 두고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스털링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도 뉴저지주 배드민스터 골프장으로 떠나버렸고 이로 인해 양국 관계자들은 언론공동성명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5일 연속 골프 라운딩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다 라운딩 대통령'에 등극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 분야 압도적 1위는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이다. 그는 8년 임기 동안 1200회 안팎의 골프 라운딩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광 '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넘기 힘든 벽이다. 윌슨에 이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8 년간 800회의 라운딩 기록도 좀처럼 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골프를 중단했지만 뉴딜 정책을 실시하면서 250개 이상의 공립 골프장을 건설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공황 극복과 함께 골프 대중화에 눈부신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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