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정상 딸도 정상? 아빠 트럼프 자리에 쓱 앉은 '이방카 심리학'

최종수정 2017.07.20 10:59 기사입력 2017.07.10 11:18

[뉴스 읽기]G20 정상회의 도중 일어난 '비정상적인 사건'…중국주석과 영국총리 사이에 쏙

8일 G20 정상회의(독일 함부르크) 도중,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비정상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대통령의 자리에 쏙 들어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양옆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있었다. 그녀는 무슨 자격으로, 혹은 무슨 마음으로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거기 앉아 있었을까. 명백한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과 조롱이 빗발치지만, 정작 트럼프나 이방카 쪽에선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 대단한 따님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로 짚어볼 수는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이에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화살표). (사진=트위터 캡처)



▶ 오지랖 : 아프리카 개발 얘기? 내 관심사잖아

백악관에선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을 때 세계은행 총재가 아프리카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마침 그 주제에 관심이 있던 이방카가 뒷자리에 앉아있다가 대신 잠시 앉은 것일 뿐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엄호사격을 했다. "그녀가 집중하는 어떤 이슈들이 있는데 그 일이 일어났을 때가 그런 자리였다."
이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핀잔은 이렇다. "백악관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이방카가 트럼프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 '자격'지심 : 그냥 딸이 아니라 백악관 고문이라고

백악관에서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 자리에 앉았을 때는 개발도상국 여성기업가에 대한 재정·기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런 회의인만큼 이방카가 백악관 고문 자격으로 참여할 만 했다는 '이해론'도 있다. 헤일리 대사의 이야기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거들었다. “정상은 자리를 비울 때 대리 출석할 사람을 결정할 수 있으니 미국 대표단 소속이자 백악관 고문인 이방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고문에 불과한 자격으로 거기에 앉아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고문이라는 명함으로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대신 앉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 혈통정치 : 정상의 딸은 정상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헤일리 대사의 해명이 눈에 띈다.
"이방카는 자신을 공복(公僕) 가족의 일원으로 여긴다. 그녀는 세계를 돕는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시간을 낭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엄호는 혀가 잔뜩 꼬여있는 느낌이다.

가장 센 비판은 오바마의 핵심측근으로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댄 파이퍼(CNN 정치평론가)다. 그는 트위터에다 "미국의 중요한 점은 정부의 권위가 혈통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부여된다는 점"이라고 썼다.

힐러리 캠프에 있던 잘리나 맥스웰은 "세계 지도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을만한 어떤 자격과 경험이 이방카에게 있는가"라고 묻고, "그런 자리 차지는 완전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쏘았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부차관은 이렇게 말한다. "다자 정상회담장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대신 앉는 것은 세계 정상들에게 그 정부의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미 외교 관례로 보자면 국무장관이 대신 앉는 경우가 많다"며 외교결례를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도 "백악관이 공과 사를 구분못하고 있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정치에서 벗어나 있으려고 한다고 했던 이방카가 중국과 러시아, 터키 대통령들과 독일, 영국 총리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실무회의에 참석해 서로 엇갈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함부르크(독일)=AP연합뉴스


이번 G20회의는 'G19와 트럼프 회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인 입장과 행동을 보여줬고, 세계 정상들의 의견들과 맞섰다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정부 수반의 역할을 딸이 대행하는 기풍경까지 보여준 트럼프는, 외교의 상식과 룰을 혼란스럽게 한 미국 정상으로 기억될 판이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테드 류 민주당 의원의 핀잔이 씁쓸하다.

"폴 라이언 의장에게 다음 외교위에서 내 아들이 나를 대리할 수 있는지 물어볼 예정입니다. 이방카도 그렇게 했으니까."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