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싸인 현대차 한전부지 입찰, 40년전 봉은사 매각 데자뷔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강남에서도 근래 2~3년간 자본이 가장 주목한 곳은 단연 삼성동(三成洞) 일대다.
단군 이래 단일부지 입찰로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서울 삼성동 옛 한전부지 매각과정은 여전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현대차가 새 주인이 됐지만 입찰에서 경쟁한 삼성이 얼마를 써냈는지가 밝혀지지 않아서다. 2014년 당시 현대차는 감정가액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써 낙찰받았다. '무리해도 6조원, 7조원을 넘길 일은 없을 것'이란 주변의 예상은 빗나갔다.
베일에 싸인 매각과정은 공교롭게도 40여년 전 같은 터를 정부가 사들일 때도 있었다. 1970년대 봉은사가 정부에 땅을 파는 과정은 겉으로나 서류상으로나 별다른 하자가 없었다. 그러나 종파 내 일부 반대에도 거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점이나 매각에 참여한 이들이 훗날 남긴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슬 퍼런 정치권력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땅을 싸게 산 과정도 석연찮은데 판 가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동에 얽힌 비화는 정치와 종교, 자본이 한데 얽히고설킨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이다.
하지만 매입 후에도 한국전력만 본사를 옮겨왔을 뿐 나머지는 1970년대 중반 나온 수도권 인구재배치 계획에 따라 새로 마련하는 과천청사로 들어갔다. 정부가 남산 일대 중앙공무원교육원을 팔려고 내놨고, 당시 조계종이 이 터를 동국대 교육원으로 쓰고자했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 다른 종교단체가 공무원교육원 부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던 점, 결과적으로 당시 시세의 절반 남짓에 거래가 이뤄진 점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다. 손씨는 당시 정권 실세로 꼽히던 이후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계종 신도회장으로 있던 점을 주목했다. 정부가 강남 일대 부동산투기에 나서면서 이 전 실장이 드러난 적은 거의 없으나 당시 신도회를 이끌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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