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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사람]18살에 '세기의 성폭행 재판'에 선 여자

최종수정 2017.07.08 09:00 기사입력 2017.07.08 09:00

1593년 7월8일 태어난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삶과 예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회화의 알레고리로서의 자화상'

"아고스티노 타시는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므로 유죄를 선고한다." 1612년 11월, 로마의 한 민사 법원에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에 의해 제기된 화가 아고스티노 타시의 강간 혐의에 내려진 판결이다. 아홉 달 동안이나 로마 전역을 술렁이게 했던 '세기의 재판'이었다.

당시 아르테미시아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긴 공방의 시간 동안 가해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아르테미시아를 음란한 여자로 매도했다. 법정에서 자신의 순결을 증명할 것을 요구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이라 생각하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던 17세기 유럽에서 아르테미시아는 금기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작품으로 상처를 극복했다.

서양 미술사상 최초의 여성 직업화가로 알려진 아르테미시아는 424년 전 오늘인 1593년 7월8일 태어났다. 아르테미시아는 여성적 범주로 다뤄지던 초상화, 정물화 등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대신 영웅적 여성을 다룬 성경과 신화를 즐겨 그렸다고 한다.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는 성폭행 사건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유대인 미망인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를 이기지 못해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미모로 그를 유혹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고 적진을 빠져 나와 동족을 구했다는 구약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발표 당시 유디트의 얼굴은 아르테미시아를 닮고 홀로페르네스는 아고스티노 타시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르테미시아의 잠재된 욕망과 분노가 표현됐다는 평가였다. 많은 남성 화가들은 유디트를 유혹과 욕망, 죽음을 잇는 관능적인 성의 대상으로 그린 반면 아르테미시아는 남성의 성적 욕망을 배제한 강한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아르테미시아는 유디트를 소재로 여섯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가 그린 유디트는 야만의 시대, 적극적인 여성의식을 바탕으로 한 여전사의 이미지였다.
또 다른 대표작 '회화의 알레고리로서의 자화상'에서는 아르테미시아의 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그는 성폭행의 피해자가 아닌, 화가로서 팔을 걷고 한손에 붓을 든 채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회화의 알레고리(the Allegory of Painting)'임을 선언하면서 자신을 가르쳤던 아버지나 남편, 종교적 규율 등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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