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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지금은 재정 좋은 때…이럴 때 아껴서 안 좋을 때 대비해야"

최종수정 2017.07.04 14:25 기사입력 2017.07.04 14:25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사진 = 조세재정연구원]
[세종=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지은 기자]"재정이 좋을 때 곳간을 채워야 합니다."

조세ㆍ재정정책 분야 국책연구기관을 이끄는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이같이 우려했다. 박 원장은 "재정을 걱정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재정이 좋을 때 아끼고, 안 좋을 때 풀어야 한다. 지금은 축적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예산을 결산한 결과, 내년으로 넘기는 예산인 이월금까지 뺀 세계잉여금은 8조원에 달했다. 2015년 이후 2년 연속 흑자다. 올해 초과세수도 정부는 8조8000억원, 국회 예산정책처는 1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게 나라곳간 사정이 좋은데 굳이 돈을 아껴야 할까. 박 원장의 답은 '그렇다'이다. 그는 "세수가 많이 들어온다는 건, 우리 예상에 비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라고 함의를 설명했다. 정부가 그동안 세입결손을 많이 내다 보니, 보수적으로 세수를 잡았고 그 예상보다는 많이 들어왔다는 지적이다.

세수 호조가 계속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박 원장은 "세수는 3∼4년 사이클이 있다. 그동안 안 좋았는데, 좋아지기 시작한 지가 2년 됐다. 당분간은 (세수 호조가) 계속될 것이다. 경기가 풀려가고 있으니 내년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다시 안 좋아질 수 있다. 세수 자체도 그렇거니와 증세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세출은 이미 자문위에서 확정됐는데 세입이 안 들어오면 문제가 생긴다"며 "앞으로는 경기가 안 좋아지거나 태풍 등의 재해가 오면 재원 소요가 더 나올 뿐이지 줄어들 일은 없다. 세입에 대한 그림이 아직은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장은 "해외 여러 정부들이 이런 식(확장정책)으로 했지만,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추경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봤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6년에 만들어진 국가재정법은 추경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법적 요건을 마련해 놨다. 하지만 박 원장은 이미 국가재정법의 정신이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재정법이 2007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이전에는 59개년 중 51개년에 추경을 편성했다. 86%나 된다"면서 "국가재정법 시행 이후 초기 5년 정도만 잘 유지되고, 10년도 되기 전에 이미 (국가재정법) 정신이 훼손됐다"고 짚었다. 2007년은 추경 없이 넘어갔지만 2008년, 2009년에는 금융위기를 맞아 추경을 편성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추경이 없었지만 2013년, 2015년, 지난해에 또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박 원장은 이번 추경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말고 본예산에 제대로 담았으면 하는 게 재정학자로서의 입장"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년실업 등) 상황이 급박하고 정권이 바뀌었기에 이해는 하지만 안타깝다"고 전했다. 추경을 통해 상승할 0.1∼0.2%포인트의 경제성장률은 현재 경기회복세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국가채무 600조원, 국가부채 1000조원을 넘어선 우리 정부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증가율', 다시 말해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에 주목했다.

그는 "수준 자체로 보면 우리나라 재정지표는 굉장히 양호하다. 재정규모도 작고, 복지규모도 작고, 연간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2% 내외다"리며 "문제는 속도, 그리고 과거에 비해 현재 상황이 어떻느냐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개발연대 시절, 우리나라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굉장히 컸다. 1968년 중앙정부 채무비율은 GDP 대비 9.4%에 불과했다. (개발을 하면서) 1975년에는 22.3%로 급등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경제안정화 정책을 쓰고 국가의 역할도 줄이면서, 1996년에는 다시 7.7%로 줄어들었다. 올라갈때는 7년 정도 걸렸는데,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21년이 걸린 셈"이라고 부연했다.

중앙정부의 채무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정권을 가리지 않고 증가일로를 보이며 약 3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38.3%다. 박 원장은 "이 속도로 2060년까지 갈 수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거의 직선에 가깝게 가파르게 상승한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 그래프를 직접 펼쳐 보였다. 박 원장은 "우리가 '일본을 따라간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재정도 잘못 운용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지배구조(거버넌스)가 일본보다는 낫고, 국가부채에 대한 거부감도 일본보다는 크다. 일본처럼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경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국가부채가 대부분 인프라와 연구 등 성장을 위한 투자였다면, 앞으로의 투자는 복지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박 원장은 "앞으로 쓰겠다는 부분은 복지다. 그것이 사회적인 투자로 작용하지 않고, 서로 나눠먹기 식으로 가면 남미가 경제개발 당시 실패했던 것처럼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는 민간과 함께 가는 '큰 그림'을 그려갈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새 정부는 우리 경제의 사회안전망이 지금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깔려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회안전망의 바탕 위에 일자리 중심 복지를 세운다는 의도다. 모든 영역에서 보편복지를 해서 국민들에게 퍼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면 노사가 패키지딜을 통해, 사측에는 해고 자율성을 주는 대신 직원들이 일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생활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망을 깔아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뜨거운 감자인 '증세'에 대해서는 "증세는 원래 국민의 동의를 받기가 힘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증세 추진이 험로를 걸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 사이즈가 커져도 좋다'는 정도의 국민 공감대가 있은 다음에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여당이) 일을 잘 한다'는 말을 들을 때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큰 규모의 증세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원장은 "참여정부 때도 종부세 2조원을 더 걷는 것 때문에 엄청난 난리가 났다. (우리나라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증세라는 그림 자체를 그려본 적이 별로 없다.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증세가 필요하다. 원포인트 증세는 다음 정권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참여정부 후반기 세제개혁을 위한 조세개혁 특위에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조세개혁 특위는 증세를 제대로 추진해보지 못한 채 여론에 밀려 중도에 포기했다.

박 원장은 "정치적이면서도, 정치로부터 어느 정도는 거리가 있게 중립적으로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밑그림 그리는 작업은 전문가가, 구체적 작업은 정부가 하는 식이다"면서 "세수가 얼마나 들어오고 어느 부분서 부담할 지가 정해지면 정치의 장으로 가져가서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 (증세) 기반은 참여정부 때보다는 낫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증세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복지 공감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 부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이 알게 해야 한다. 어느 계층이 세금을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숫자로 알아야 한다"며 "서민들은 '나는 세금을 열심히 내는데, 돈 잘 버는 사람들은 세금을 안 낸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4∼5년 사이에 대기업, 고소득층 실효세율이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대담=조영주 세종취재팀장
정리=이지은 기자 leezn@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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