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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녀 3人 눈물의 생존기①]"조선족이냐 질문 뒤 폭언, 가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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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대학 나와 연구원하던 李씨
화폐개혁에 종이돈 되자 탈북 결심
직장안 따돌림에 폭언 시달렸지만
남한생활 6년째, 자신감 생겼어요

제공=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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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지난해 말 3만명을 넘었다. 이들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지만 맨몸으로 자유를 찾아온 정착민들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특히 이탈주민의 71%(2만1642명)를 차지하는 여성들은 저임금과 사회적 차별이라는 또 다른 벽을 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임금만 보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180만4000원인 반면, 여성은 130만3000원에 그치고 있다. 양성평등주간(7월1~7일)을 맞아 북한이탈주민 여성 3인의 '남한 생존기'를 들어봤다.
"조선족이냐는 질문 뒤에 폭언"= 2011년 3월 한국에 들어온 이금선(47·여·가명)씨의 가장 큰 목표는 북에 남은 남편과 아들, 딸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브로커가 요구한 비용은 2100만원. 그는 2009년 화폐개혁으로 가지고 있던 돈이 종잇조각으로 변하자 북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고, 체제에 대한 반항도 표현할 자유도 없는 삶에 대한 회의가 가득했다.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은 뒤 그는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2011년 겨울 이씨는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주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 만두공장에 취직했다. 일하는 4개월 동안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따돌림은 기본이었고 말투 때문에 뒤에서 '간첩'이라고 수근거리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조금만 더 고생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만두공장에서 나온 이씨는 운 좋게도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게 된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인턴사원을 선발하는 절차에 합격한 것. 이씨는 "하나원을 나온 지 4개월 만에 공공기관에 들어가는 건 지금 생각해도 깜짝 놀랄 일"이라며 "낮에는 정식으로 일을 하면서 밤엔 컴퓨터 학원에서 자격증을 따고 주말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양에서 대학을 나와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부푼 마음도 잠시, 멋지게 차려 입고 나간 일터에서도 이씨는 끊임없는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 관련 업무에 배치됐던 이씨는 상담 전화를 받을 때마다 "조선족이 왜 전화를 받고 있냐. 왜 내 주민번호를 물어보느냐"며 생전 처음 듣는 욕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씨는 "처음에 겁이 나서 전화를 몇 번 못 받으니 그 전화를 또 다른 분이 대신 받게 되니까 너무나 미안했다"며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가 하며 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만둘 수 없었다. 조선족이라고 욕먹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전문성을 갖추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그때부터 고용보험 관련 법률을 암기하고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잘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후 무사히 인턴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하나재단의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씨는 가끔 북한에서 보냈던 시절을 떠올릴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가족들도 수년 전 입국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6년째인데 이젠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노력했을 때 결과가 하나씩 생기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를 준비 중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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