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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낮춰야" vs "높여야"…'부자증세' 두고 전문가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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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개선방향 공청회

▲상속·증여세 개선방향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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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가 부자증세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대표 부자증세로 꼽히는 상속세와 증여세제 개선방향에 대한 공청회가 29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문 정부의 세제개편 작업을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의 일환이다. 지난 20일 소득세, 22일 주세 관련 공청회가 열렸으며 내달 중 에너지세 공청회가 열린다.
이날 발표를 맡은 강성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속세와 증여세를 둘러싼 정책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속·증여세에 대한 바람직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며 상속세와 증여세간 과세방식 차이를 지적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표준구간과 세율구조가 동일하지만, 각각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해 과세하고 있어 세부담 차이가 발생한다. 유산세 방식(상속세)은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을 토대로 상속세액이 산출되는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증여세)은 수증인이 받은 증여재산을 토대로 증여세액이 산출된다.

세 부담 측면에서는 상속공제가 증여공제보다 더 유리하다는 게 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상속공제는 최소 면세점이 5억원이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10억원이지만, 증여세는 기초공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달리 상속세와 증여세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한다. 국가에 따라 유산취득세, 유산세 방식 둘 중 하나를 채택하는 식이다. 또 미국과 일본은 증여세의 경우 추가적으로 기본 공제제도를 운영, 매년 일정금액 이하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에 강 연구위원은 "상속·증여의 세부담 완화 및 과세수준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증여공제 등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있다"며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상속과 증여의 세부담 격차를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제수준 확대와 증여 세부담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소개했다.

주제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상속·증여세 구조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개진이 진행됐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증여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높은 것은 맞지만, 이를 낮추기 위한 시도는 쉽지 않다"며 "상속·증여세 부담은 좀 늘어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배우자간의 세부담을 없애주는 대신 세대를 넘는 부의 무상이전에는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윤지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배우자 상속세에 대해 "자녀가 부모를 잘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보다 앞에서 출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상속세를 정당화시키는 이유인데, 배우자는 그런 문제에 해당이 안 된다"며 "아무 생각 없이 상속세 부과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준규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상속세는 다른 예측가능한 조세와 달리 본인이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부담을 준다"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인데 실효세율은 4.54%로, 대부분의 사람이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극소수의 부자들만을 위한 세제라는 것이다.

그는 "상속세·증여세율을 더 높인다 하더라도 세수 기여도는 크게 늘지 않고, 낮춰도 마찬가지"라며 "공정한 사회가 이뤄졌다는 전제 하에 상속세 부담은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는 상속세 과세방식을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속인들이 골고루 재산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전 증여 받은 금액 때문에 상속부담이 늘어나고 다른 상속인들이 연대납부를 하면서 다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며 "유산취득세 방식이 (자산의) 위장·분산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국세청의 엔티스(NTIS) 시스템이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있어 위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를 찾은 참관인들도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한 참관인은 "슈퍼리치에 대한 상속·증여세는 상징적으로 남겨놓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공제액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상속·증여세는 사실상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관인은 "최소 2~3억원 정도의 결혼자금을 부모가 보태 주는 것은 세금을 면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새 정부의 상속·증여세제를 둘러싸고 많은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을 의식했는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신 다양한 의견만 개진하는 데 그쳤다.

앞서 이날 오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세제개편 방향을 제시한 것도 공청회의 김이 빠진 이유다. 박광온 국정자문위 대변인은 "문 정부는 그간 부자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는 등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조세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고소득자 과세 방침을 확고히 했다. 조세 전문가들과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도 신설할 방침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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