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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저예산 영화의 숭고한 반란...의미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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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박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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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이 뜻깊은 사고를 쳤다. 시대극, 저예산 등 개봉 전 잇따른 모든 우려를 꺾고 ‘박열’은 파죽지세로 영화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입증해냈다. 작은 영화의 거대한 반란이 시작된 것.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박열’은 개봉 첫날인 28일 20만1976명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박열’의 오프닝 스코어는 올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공조’(15만 명)를 뛰어넘는 결과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린 작품. 26억 원 규모의 저예산 상업영화다.

100억대 제작비의 영화가 즐비했던 충무로에서 ‘박열’처럼 압도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낸 작품은 없었다. 이는 스토리·메시지가 훌륭하다면 제작비와 상관없이 웰메이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따라서 ‘박열’은 저예산 상업영화의 반향·인기를 증명함으로써 다시금 영화계에 새로운 기류를 불어넣을 수 있다. 제작자들은 트렌드, 선례를 통해 신작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저예산 스릴러 ‘추격자’(2008)의 흥행 이후 스릴러 붐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더욱이 ‘박열’은 독립운동가 박열을 이준익 감독이 다시 살려냈다는 등 작품성의 측면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전작 ‘동주’에서 송몽규, 윤동주의 청년시절을 소환한 이 감독의 저력이 다시금 발휘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1920년대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박열을 조명함으로써 2017년 현시대에도 삶의 가치관을 향항 질문을 던졌다는 반응이다.

이 감독은 영화 ‘아나키스트’를 준비했을 당시 살폈던 자료들 중, 박열에 대한 기록을 보고 언젠간 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처음 구상을 시작한 ‘동주’에 이어 ‘박열’ 역시 그에게 운명같은 작품인 셈.

따라서 이 작품은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에 입각해 구현됐다. 고증에서 아사히 신문,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야마다쇼지가 쓴 ‘가네코 후미코’ 평전 등에 따라 대사뿐 아니라 일본 내각 정부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앞서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았지만 ‘박열’은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첫째, 이 작품은 경성이 아닌 동경에서의 사건을 중점으로 했다. 다수의 작품들은 비운의 역사인 일제강점기 시대를 주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로 표현해 왔으나 ‘박열’은 동경으로 배경을 둬 시대극의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었다.

‘박열’은 외친다. 일제강점기극에서 식상하게 표현된던 단순한 억울함, 아픔, 서러움을 넘어 투지를 바라보자고. 이로써 이 감독은 ‘박열’에서 그저 억울하고 선량한 조선인이란 고정적인 캐릭터를 지양한 셈이다. 동정어린 시선이 아닌 제국주의의 만행을 비판하는 박열의 합리적 신념에 초점을 맞춘 것.

이 외에도 많은 영화팬들은 ‘박열’을 통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란 역사적 인물을 수동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닌 인물의 삶과 함께 그 시대의 관점을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려 영화는 울지 않음으로써 이를 감상한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박열’의 반란은 이미 시작됐다. 작지만 큰 영화는 영화시장과 관객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흥미 위주, 높은 예산의 영화만 흥행에 성공한다’는 공식을 당당히 뒤집을 때 영화의 본질이 작품성에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 ‘박열’이 그렇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관객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주연을 맡은 이제훈이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반응도 줄을 잇고 있다. 이준익 감독과 이제훈의 시너지효과는 예상만큼 강했다. ‘박열’이 앞으로 또 어떤 신드롬을 추가해갈지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다. 현재 전국 스크린에서 절찬 상영 중.





아시아경제 티잼 소준환 기자 type1so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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