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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51>돈의 노예, 스트레스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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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 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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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TV ]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삶에는 안녕과 행복을 위협하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너무 많아 모두 피하기는 어렵다.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그래도 찾아오는 스트레스 요인은 마음의 안전판으로 날려버리면 어떨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돈과 일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유난히 큰 것 같다. 물질적 욕심을 자제하던 유교적 전통이 사라진 자리가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쉽게 부자가 되려는 풍조로 채워진 오늘날, 돈의 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가여운 생각을 넘어 마음이 아프다.
UN은 1인당 GDP와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에 대한 인식의 여섯 지표를 활용해 행복지수를 발표한다. 1인당 GDP와 건강수명은 통계자료를 활용하고, 나머지 항목들은 설문조사결과를 반영한다. 사회적 지원 항목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줄 만한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지’를, 관용은 ‘지난달에 자선단체에 기부하였는지’를 묻는다.

우리나라의 순위는 155개국 가운데 56위. 소득이 높아지고 수명이 길어졌음에도 나머지 항목들의 점수가 낮아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평가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오래 사는 대가로 우리의 자랑이었던, 넉넉하지 않지만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았던 전통적 가치를 희생한 것은 아닐까?

돈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다다익선은 아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도 내가 돈의 주인이 되면 적절히 쓰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만, 가진 돈이 많아도 돈이 나의 삶을 지배하면 돈이 나의 주인이 되고, 나는 돈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돈의 노예가 되면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 친구와의 우정은 물론, 법이나 윤리, 양심, 그밖에 어떤 소중한 가치도 희생할 수 있으므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하고 건강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행복한 경우에 그 이유가 자아실현(eudaimonic)이냐 쾌락(hedonic)이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는 미국 UCLA 대학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자아실현 행복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성취함으로써 얻는 행복을 말하는데, 이러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면역세포는 유전자들이 건강에 매우 유익한 반응을 보였다. 염증수준은 낮고, 항 바이러스와 항체반응은 강하여 높은 면역력을 보였다. 반면에 쾌락적인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면역세포는 정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쾌락적인 행복도 삶의 한 부분이지만 사랑하여야 할 사람들과 돈 때문에 다투지 않게 된다면, 돈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자아실현 행복도 함께 추구한다면, 돈 많은 사람이나 투기로 쉽게 돈 벌었다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게 된다면, 부자들이 기부와 봉사에 앞장선다면,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세계 최고의 부자로 가장 많은 기부를 하는 빌 게이츠처럼 열심히 일하여 번 돈을 좋은 일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돈이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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