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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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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저소득 여성 어르신들 대상으로 엔딩노트 쓰기 프로그램 결과물 북콘서트 '나는 작가다' 개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여인들의 삶은 대체로 외롭고 고달픈 것이었다.

가난, 폭력, 이혼, 죽음… 같은 단어들이 그들이 살아온 인생 궤적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어 빛나는 순간들이 존재했다. 결혼 12년 만에 어렵게 가진 외동딸의 탄생, 평생을 따뜻하게 대해준 의붓아버지의 사랑, 눈부셨던 첫사랑과 추억들.

그래서 유인섭 어르신(77)은 당신의 인생 전체를 회고하는 글의 말미에 이렇게 적기도 했다.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종로구(구청장 김영종)는 저소득 여성 어르신들이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엔딩노트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 그 결과물을 책 '마음꽃이 피었다'로 묶어 출간해 이를 기념할 북콘서트 '나는 작가다'를 연다.

북콘서트 '나는 작가다'는 27일 오후 3시부터 청운문학도서관(자하문로36길 40)에서 김영종 구청장 및 '마음꽃이 피었다'에 글을 실은 작가 8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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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의 중심 소재가 될 책 '마음꽃이 피었다'는 ▲유인섭(77) ▲강춘자(74) ▲전영자(72) ▲이인숙(68) ▲김순자(73) ▲표순덕(76) ▲박은자(76) ▲윤순례(65) 등 어르신 8명이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종로구에 거주중인 저소득 여성 어르신들로 종로구가 진행 중인 '나의 엔딩노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래 자신이 살아온 흔적들을 20916년 한 해 동안 기록으로 남겨왔다.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어르신들의 구술 채록과 육필 원고를 다듬어 출판 진행을 돕고, 현대건설 H Leaders(옛 현대건설협력사협의회)가 출간을 후원했다.

개인 역사는 결국 우리 모두의 역사이듯 책에는 일제 말기부터 6.25 전쟁, 70년대 산업화 시대까지 대한민국 격동의 근현대사가 전부 등장한다. 어르신 작가들은 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이야기를 책 속 목차인 ▲마음을 나누다 ▲내 삶을 쓰다 ▲이야기를 남기다에 나눠 담았다.

글을 쓰고 구술 인터뷰를 하며 어르신 작가들은 '마음꽃이 피었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인숙 어르신은 “정말 행복했어요. 작가도 돼 보고, 변신을 할 수도 있고, 의욕도 생기고, 감사해요.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표순덕 어르신은 “일기 쓰듯 한 토막 내줬을 뿐. 고마워요. 책이 나오면 자랑거리가 될 것 같아요”라고도 했다.

이렇듯 '마음꽃이 피었다'를 책으로 정식 출간함으로써 오랫동안 가난과 싸우며 살아온 작가들 자존감을 높이고, 조금이나마 변화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종로구의 취지다.

자신의 삶이 출판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인만큼 이를 축하하기 위해 북콘서트 '나는 작가다'는 유명 프로 작가들의 북콘서트가 그러하듯 특별히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했다.
책 '마음꽃이 피었다' 표지

책 '마음꽃이 피었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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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르신 2명이 정식 작가로서 무대에 올라 '마음꽃이 피었다' 작품 설명을 하고, 이후 어르신 8명이 모두가 청중 앞에 나와 글을 쓰면서 느낀 감정들, 돌이켜 생각해본 내 인생에 대한 감회, 책이 세상에 나온 즐거움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크고 화려한 것만 값어치 있다 생각하는 요즘 어르신들의 글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를 느꼈다”면서 “이번 북콘서트 '나는 작가다'에서 작가 여덞 분이 들려주실 삶의 역사가 젊은 세대들에게 작은 유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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