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라인서 '동결' 언급 확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미 외교가를 중심으로 '북한 핵동결'이 심심찮게 거론되면서 대북대화의 전제 조건이 될지 주목된다.
외교라인 주요 인사들이 핵동결을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강하게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 더욱 위협적인 요소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재와 압박 일변도 정책을 펼칠 경우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시킨다는 시각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9월 5차 핵실험을 밀어부쳤다.
외교부 내에서는 '핵동결'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핵동결 조치가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파기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 추가적인 핵실험 등으로 북한의 핵무기 제조 능력이 점차 성장하면서 동결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1,2차 핵실험 때는 동결 보다 폐기를 요구하는 전략이 설득력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핵동결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머잖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할 기술을 손에 넣게 될 것"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미국에 직접 위협을 가하는 정도가 된 만큼 '동결'을 통해 일단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문정인 특보도 "북한 핵탄두가 20개 정도 추정되고 투발수단인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북핵동결을 우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한미 외교안보라인에서 북핵동결이 언급됨에 따라 다음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대화 수준을 놓고 양 정상간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북한에 대한 분노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동결을 대화 조건으로 하자'는 우리 측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북한의 ICBM 고도화'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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