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단말기 구입 후 유심 따로 사서 끼워 사용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20년간 짜여졌던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통신 서비스 제공은 이동통신사가 하는 '완전 자급제'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대책에 따라 오는 9월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상향 적용할 계획이다. 선택약정 제도는 지원금을 받은 가입자와 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 간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단말기와 서비스의 분리라는 이동통신 유통구조의 개선을 위해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함께 도입됐다.
현재 애플 '아이폰7'의 경우 6만원대 요금제로 가입하면 지원금으로 6만9000원~7만1000원을, 삼성전자 갤럭시S8는 13만5000원~15만8000원을 받을 수 있다. 25% 선택약정으로 가입하면 매달 1만6475원씩 2년 간 39만5400원의 요금을 할인 받는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는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매한 뒤 보조금을 얹어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휴대폰을 싸게 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사는 별도의 유통망을 갖추지 않은 채 이동통신사를 통해 안정적인 단말기 매출을 거둘 수 있고, 이동통신사는 현재의 5:3:2의 시장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 서로 이득이다.
SK브로드밴드나 KT에서 PC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 디지털플라자에서 PC를 구입하고, 인터넷은 별도로 가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차별적인 불법 보조금 경쟁도 사라질 수 있다.
이에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출신인 김성태 자유한국당(비례대표) 의원은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전담하고,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동통신사가 전담하는 완전자급제를 도입 해야 한다"며 입법 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녹색소비자연대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조사가 약정 없이 직접 판매하는 단말기 가격이 이동통신사의 약정 단 말기보다 10% 가량 비싼 것에 대해 담합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청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 업계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 시장이 도입되면 전국에 있는 수 만 개의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 중 상당수가 폐업 해야할 것"이라며 "이들은 단순히 휴대폰만 파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법을 설명하거나 기존의 전화번호부를 새 제품으로 옮겨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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