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실수는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을 일종의 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즉 영국은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상대를 격파시키기 위해 자신의 협상 전략을 숨겼다. 이는 디데이를 미리 정해 놓고 비밀 유지에 힘 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케 한다.
영국 정부는 당사자들이 모두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영국과 EU간 자유무역협정(FTA)를 포함해 양자 모두에게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협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협상 과정에서의 공정함, 개방성, 투명성은 양측의 이해득실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따져보는 데 필수적이다.
또 다른 실수는 영국이 배타적으로 자국의 이익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협상은 충분한 상호이해가 바탕이 될 때만 가능하다. 예컨대 영국과 EU가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영국은 신속하게 교역 문제를 다루고 싶어하지만 EU는 걸프협력회의(GCC)에서부터 미국ㆍ캐나다ㆍ싱가포르ㆍ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이르기까지 이미 진행중인 협상들이 많다. 영국은 EU와의 협상에서 새치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EU는 이미 협상을 진행중인 다른 나라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EU는 브렉시트 협상이 다른 교역상대국들에게 주는 메시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이런 점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영국은 EU와 잠정적인 합의를 이루는데 주력해야 한다. 영국 수출의 40%는 EU 몫이다. 영국은 협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경간 분쟁을 다룰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하물며 2년 안에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협상이 장기화된다면 더욱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메이 총리의 벼랑 끝 전술은 협상 과정을 무력화하는 전략이 아닌, 완전히 잘못된 전략이다.
브렉시트 협상의 결렬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이는 다시 말해 이미 EU의 공동농업정책(CAP)에 따른 손실을 겪고 있는 영국의 농업 산업이 14.4%의 관세를 적용받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낙농업 수출은 평균 40%의 관세를 물게 될 것이다. 영국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WTO의 수출 규정이 가장 낙후돼 있는 분야다. 6개국을 제외한 WTO 회원국 164개국이 모두 EU와 FTA 협상을 체결했거나 체결중인 상황 역서 WTO 체제의 불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메이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안정된 정권을 유지해 브렉시트 협상력을 키우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협력적이고, 외부지향적이며 현실적인 협상 전략이 필요한 때다.
나이리 우즈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닉 정치대학교 학장
/번역: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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