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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의 막전막후]고개숙인 경찰, 자성(自省)과 원칙부터 세워야

최종수정 2017.06.20 11:10 기사입력 2017.06.20 11:10

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지난 16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과 관련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전남 보성으로 유족을 찾아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책임소재나 사건경위 등이 빠진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경찰내부에서는 ‘법을 집행하는 일선 경찰관들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죄인으로 몰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과 발표를 한 경찰개혁위 발족식 직전까지 직접 발언문을 손질하면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진 이 청장으로서는 유족과 경찰 내부의 비판여론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민 끝에 내놓은 사과가 왜 이렇게 양쪽 모두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일까? 그동안 정권의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한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및 사고발생시 대응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패러다임은 여러 번 바뀌었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당시 이무영 경찰청장은 무최루탄 원칙을 내세우며 여경을 전면에 배치하는 맆스틱 라인 정책을 내세웠지만 일부 과격시위대의 여경 성희롱 논란을 초래했고, 경찰과 시위대사이의 완충지대를 없앰으로써 2005년 11월 여의도농민사망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위현장의 경찰도 시위대도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다.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불행한 사건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시위대와 부딪히는 경찰의 일선지휘관에게 무전을 통해 들려오는 경찰 지휘부의 요구는 그들을 조급하게 만든다. 경찰지휘부에 하달되는 정권 수뇌부의 질책이 고스란히 일선지휘관에게 전달되면 자신의 인사에 대한 이익과 불이익의 생각이 뇌리를 스치게 된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하는 현장 지휘관이 다른 데 신경을 쓰게 된다면 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해 일선경찰에게 책임을 묻는 형식적 사과보다는 경찰수뇌부의 진정한 성찰과 현장에서의 법적용에 대한 원칙이 요구된다.

정권은 시대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경찰의 원칙과 대응 기준이 줏대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녹피에 가로 왈(曰)이 되어서는 안된다. 혼돈의 시기인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간의 이기심에 따라 달리 되는 법적용을 경계하였던 한비자의 교훈이 오늘따라 새롭게 느껴진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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