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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보다 어려운 해체…고부가 산업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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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정지를 앞둔 18일 고리1호기 운전원이 주제어실에서 터빈정지 수동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

영구정지를 앞둔 18일 고리1호기 운전원이 주제어실에서 터빈정지 수동정지 버튼을 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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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19일 0시를 기점으로 영구정지에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는 2032년까지 해체작업을 완료하게 된다.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는 우리나라가 '탈(脫)원전' 후 해체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구정지 행사에서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 해체는 많은 시간과 비용과 첨단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작업으로 꼽힌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1960∼1980년대 지어진 원전이 2020년대 들어 잇따라 해체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대에는 183곳의 원전이, 2030년대에는 127곳의 원전이 해체될 전망이다. 원전해체에 소요되는 비용만 2014년 기준으로 총 4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 해체가 예정된 원전이 고리 1호기를 포함해 총 12기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해체비용을 6437억원 상당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14년 기준으로, 실제 폐로까지 비용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0여년간 원전해체 비용만 10조원 상당이 소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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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업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지만, 정작 해체기술을 가진 국가와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뿐이다. 향후 기술력 축적 여부에 따라 시장 개척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의 가동을 멈추게 되는 것은 아쉽지만, 해체산업 측면에서 해체 노하우를 쌓아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해체기술은 방사선 안전관리, 기계, 화학, 제어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복합된 종합엔지니어링ㆍ융합기술이다. 고방사성의 극한 환경에서 적용하기 때문에 고도의 제염, 철거기술과 원격제어기술 등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미국 등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해체에 필요한 상용화기술 58개 중에 41개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원전 해체산업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체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체결정 시기가 불확실하고, 실제시장 형성시기도 유동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해체비용의 상당부분은 폐기물처리비와 인건비다. 미국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원전해체비용 중 19%는 방사성 폐기물처리 비용이며 해체시설 설계ㆍ관리 등 인건비는 43.5%, 제염ㆍ철거는 23.6%, 기타비용은 13.9%로 나타났다.
 고리 1호기 전경

고리 1호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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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해체는 한수원이 총괄하지만, 실무작업은 전문회사가 대신한다. 어떤 회사가 해체작업을 맡을지는 아직 미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영구 정지 결정이 내려진 고리1호기 해체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진행될 원전 해체 산업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19일 발표된 해체로드맵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한 뒤 일정기간 원전을 유지해 방사능 준위를 낮춘 후 해체하는 '즉시해체' 방식을 택했다. 우선 2019년 상반기 내 해체계획서 초안을 마련한 후 주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2022년6월까지 승인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일단 원전 내 습식저장소(수조)에 5년간 냉각한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고리1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391다발에 달한다. 로드맵 상에는 내년부터 건식저장시설 확보를 위해 지역과 협의를 시작하고 2024년까지 건설한 후, 2025년 1월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설물에 대한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2022년6월부터다. 2030년12월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2031년1월∼2032년12월에는 부지복원, 부지조사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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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원전 작업자들이 사용하던 장갑과 걸레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 2015년 문을 연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옮겨 저장하면 되지만,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시설은 아직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2035년 이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사회적 갈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고리=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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