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실장, 문정인 발언 알고도 제지 안 해
정상회담 목전…민감한 이슈 꺼내든 속내는?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워싱턴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워싱턴으로 가기 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워싱턴에서 했던 발언을 정 실장에게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이 돌출 행동이 아니고 청와대도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청와대가 정 실장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안보와 관련해 대통령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정상회담이 열리는 워싱턴D.C까지 날아가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존의 한-미 정부와는 시각이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문 특보는 16일(현지시간)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 째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세미나가 끝난 뒤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군사훈련과 전략무기 배치가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북한의 대응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문 특보 발언은 개인 견해로 이해한다”면서 “한국 정부의 공식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특보가 워싱턴에서 한 발언이 문 특보의 ‘개인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통령의 생각과 배치되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디까지 맞고 틀리다가 아니라 여러 옵션 중 하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한미 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금 현재 북이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쏘는 이런 상황을 파기하고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여러 아이디어 있을 수 있고 그 아이디어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그 부분은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될 부분이지 어느 한 분이 말씀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은 미국 측 여론을 떠보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나 외교부 관계자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을 경우에는 정부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대통령 특보의 발언은 개인 견해라고 선을 그으면서 미국 측에 양해를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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