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받은 초고가월세 '면접'이다. 면접관은 중개업소 대표였다. 월 2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집주인님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세를 꼬박꼬박 낼 수 있는 사람'임을 검증받아야 한단다.
따지고 보면 고가월세 면접도 부동산 폭등이 만들어낸 돌연변이 중 하나다. 집값이 올라 전세와 월세 등 임대차 시장마저 자극하다보니 투자자들이 본인들만의 안전장치로 '면접'을 만든 것이다. 정부의 엄포에도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해괴망측한 면접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30대 환자가 77분에 걸친 CPR(심폐소생술)로 살아났다는 기사를 봤다. 감동적인 얘기지만 한때 같이 안전요원으로 몸 담았던 예전 동료들 사이에서 큰 화제거리였다. 단연 생명이 달린 긴박한 상황이긴 하지만 CPR 자체가 워낙 체력 소모가 큰 일이다 보니 웬만한 안전요원도 30분 이상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아야한다는 게 이 기사의 교훈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참여정부를 계승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집값 폭등과 마주하고 있다. 이 역시 참여정부 시절과 똑같은 모습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전 정부에 물려받은 부동산 거품을 조기 진화하지 못했고 급기야 "부동산 빼고는 꿀릴 게 없다"며 실패를 시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만큼은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규제 카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즉각적인 대응으로 '반드시 시장을 잡겠다'고 덤벼들었다간 자칫 서민과 부유층 모두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5년 임기내 해결할 중장기 과제로 보고 단계적인 정책을 차근차근 시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만큼은 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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