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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의 막전막후] 김기춘, 국민에게 고해(告解)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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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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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재판이 피고인들의 시간끌기와 부인으로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가 관련자들의 “아프다”전략이다.

지난 5월 28일 병보석을 신청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국정농단 수사 및 재판 내내 사복착용을 고집하다 지난 9일 처음으로 환자용 수의를 착용하고 법정에 나와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른다며 병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정호성 전 비서관은 김 전 실장에 대해 ‘멸사봉공의 자세가 확실한 훌륭한 공직자’로 표현했다. 그는 한때 자신이 선생님으로 모시면서 국정전반에 대한 고견(?)을 구했고 적자생존(잘 받아 적어야 산다)을 위해 통화내용까지 녹음했던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말만 많고 내용이 없는 중구난방식의 강남아줌마로 폄하시키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2013년 정보기관에 포착돼 보고 된 자신과 연관된 억대의 금품사건 첩보를 애써 외면하고 눈 감아 준 김 전 실장에 대한 결초보은의 심정이었을까? 아니면 공작정치의 대가(大家)인 김 전 실장에게 마지막 희망을 거는 것일까?

5.16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 장학생이자 공안통 검사 출신인 김 전실장의 공작정치 능력은 유신헌법, 부산복집 사건 등을 비롯해 여러 사건에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말 최순실을 모른다고 또렷한 어조로 언론과 오전의 국회청문회에서 항변하다 저녁 늦게서야 한 국회의원이 제시한 물증을 보고 나이로 인한 기억력 저하를 탓하며 진실을 외면하던 그의 모습에서 국민은 일말의 애잔한 감정마저도 버렸다.

연이은 재판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고 모든 것을 대통령의 지시라며 책임을 회피하던 그가 이제는 병약한 노인 행세를 하며 국민과 재판부에 동정심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선결되어야 할 것은 진실에 대한 고해성사와 진심어린 반성을 통해 국민의 관용을 구하는 것인데 그의 모습에서는 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생각에 재판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김기춘씨가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믿고 싶다. 그럼에도 국민감정이 이를 믿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김기춘씨는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카톨릭에서 뿌리 깊게 존재했던 유대인에 대한 반감을 딪고, 나치치하에서 수천명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교황 요한 23세는 저서인 ‘영혼의 일기’에서 “죄를 범하면 즉시 통회를 통해 기도를 바치고 신뢰의 정을 발 하겠다”고 말했다. 오늘따라 그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김기춘씨는 보석(保釋)을 구하기 이전에 자신의 과오를 먼저 솔직하게 국민 앞에 고백해야 한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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