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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 남매의 '외모 비하' 욕설 사건

최종수정 2017.06.07 17:30 기사입력 2017.06.07 17:30

[맛있는 옛공부]두 천재시인의 인신공격 릴레이

▶ 소소매? 이름이 '여동생'인 수수께끼의 여자


소소매(蘇小妹)는 중국 송나라의 대문호 소동파(1037-1101)의 여동생이다. 동파(東坡) 소식은 그의 부친 소순, 동생 소식과 함께 3소(蘇)로 일컬어지던 시인이자 문장가이자 대학자이자 화가이다. 그런 그에게 여동생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없는 수수께끼다. 있었더라도 그녀의 이름이 소매(小妹)였을리는 없다. 누가 이름을 <여동생>이라고 짓겠는가.

뒷사람들이, 잃어버린 이름대신 소동파의 여동생이라는 관계 호칭을 고유명사처럼 썼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문인 집안이었으니 동파의 동생이 있었다면 그녀 또한 집안 내력인 천재성(天才性)을 지녔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개연성에 의지하여 후세의 어떤 기발한 사람이 우스개 삼아 없는 동생을 만들어냈을까?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는 그녀의 시들이 워낙 재치있는데다가 기행(奇行) 또한 현실감이 넘쳐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쨌든 이 놀라운 여인을 추적해보자.

원나라 조맹부(1254-1322)가 그린 소동파.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소장.



▶ 누군들 잘 생기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나왔으랴
소소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포옹노인(抱甕老人)이라는 사람이 쓴 <요즘과 옛날의 신기한 눈요기(今古奇觀)>이라는 책이다. 중국에선 이 책이 요즘식으로 말하면 베스트셀러였던 모양이다. 민간에서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한 자루 씩은 모두가 다 꿰고 있었고 특히 소소매의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손자손녀에게 전해주는 구전(口傳)의 레퍼토리였다.

소소매가 친근감을 주는 것은 그녀가 별로 잘생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생김새 만큼 불평등한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들 잘 생기고 싶지 않았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태어나 보니 이 모양 이 꼴이더란 말이지. 그런데 나 스스로도 이렇게 생겨 억울하기 짝이 없는데 세상 곳곳 가는 곳마다 못생긴 걸 죄(罪)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괘씸죄로 치니,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못생긴 얼굴가죽을 덮어쓰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의 지루함과 대책없음. 그건 그런 경우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태어나 보니 잘 생겨있어서 어디서나 대접 받고 왕자공주처럼 떠받들림을 받는 그런 사람을, 못생긴 존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정말 꼴 사납고 밸 틀리는 일이라 할 만하다.

▶ 단언컨대 그 집안 부친 인물이…

소소매는 못생긴 여자다. 거기다 그녀는 아주 뛰어난 재능과 재치를 지닌 사람이다.

단언하건대, 소동파의 아버지인 소순은 인물이 별로였을 것이다. 그건 동파를 보면 안다. 대문호를 추앙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려 남겨놓았지만 그의 인물을 미남으로 그려놓은 사람은 별로 없다.

소동파는 가수에 엔터테이너를 지낸 이아무개를 닮았다. 동파가 화를 낼 일인지 아무개가 화를 낼 일인지 아니면 말이 화낼 일인지 모르지만, 동파의 얼굴은 가로에 비해 세로가 유난히 발달되어있는 마(馬)님상(相)이었다.

소동파



▶ 세로가 유난히 발달된 horse-face


소동파의 얼굴을 보고 싶으면 만화가 변영우씨가 그린 <만화로 배운 한시>(동아출판사)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변씨는 소씨 집안의 특징인 앞짱구와 하관빠른 턱을 절묘하게 표현해놨다. 다만 동파는 얼굴에 털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게 좀 부족한 게 아쉽다.

천년 전의 사람을 네가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에 차서 얘기할 수 있느냐? 혹시 너 스스로의 오랜 열등감이 이런 기회를 틈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묻는다면 난 절대 그렇지 않음을 입증시킬 증거자료를 첨부하리라. 지금부터다.

▶ 입처럼 생긴 걸 찾으려 기웃거려 봤는데


소소매는 오빠를 놀리는 시를 한 수 읊는다.

한 무더기 마른 털 사이로 입술이 툭 튀어나오네
턱수염 머리카락 구레나룻이 이어져 귀는 어디 가버렸나
입처럼 생긴 걸 찾으려 몇 차례 돌아다녀봐도 찾을 수 없구나
그런데 갑자기 털 속에서 목소리가 나오네

일총쇠초출진간(一叢衰草出唇間)
수발연염이묘연(鬚髮連髥耳杳然)
구각기회무멱처(口角幾回無覓處)
홀문모리유성전(忽聞毛裡有聲傳)

푸히히. 이 시를 읽고 절로 웃음이 났다. 소매의 유머감각이 보통을 넘기 때문이다. 지 오라비를 이렇게 놀리다니. 점잖고 인품이 한 대야인, 대문호의 세숫대야를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하다니. 읽어보자. 일총은 빽빽하게 난 한 더미의 풀의 모양을 말한다. 쇠초는 시든 풀이다. 출진이라 할 때의 진(唇)은 <놀란다>는 뜻인데, 여기선 입술 순(脣)자의 속자로 쓴 것 같다.

이 문장은 바로 읽으면 해석이 잘 안되고 뒤집어야 뜻이 들어온다. 출진간일총쇠초. <한 무더기 마른 풀 사이로 입술이 툭 튀어나오네> 마른 풀이란 입술 주위에 난 꼬들꼬들 말린 수염을 의미하리라. 진(唇)자를 써서 그 놀라움까지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행의 수(鬚)와 발(髮)과 염(髥)은 각각 턱수염, 머리카락, 구레나룻을 가리킨다. 그런 것이 경계가 없을 정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턱수염과 머리칼이 구레나룻으로 이어져, 귀가 어디 가버렸는지 알 수 없네> 이런 뜻이다.

▶ 인신공격으로는 '아트' 수준

세 번째 행은 첫 번째 행과 대응한다. 아까 입술이 마른 풀 속에 튀어나왔단 얘기를 기억하리라. 구각(口角)이란 새처럼 톡 튀어나온 부리를 말한다. 입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말이다. <입처럼 생긴 놈을 찾으려고 몇번이나 돌아다녔지만 아무데도 없구나> 두 번째 행과 네 번째 행은 각각 귀와 청각이란 점에서 어울린다. 그렇게 입을 찾아다녀도 없더니 <갑자기 털 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네> 살피건대 이 시는, 입술이 마른 풀 속에서 튀어나온다는 부분과 아무리 찾아도 털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 약간 어색한 감이 있고, 또 수염 때문에 귀가 사라져버렸다는 대목은 재미는 있지만 수염과 입에 관해 표현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약간 어수선하게 하는 감이 있다.

그러나 마지막 행의 기발한 반전은 웃음을 자아낸다. 깔끔하고 완성미가 돋보인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인신공격으로서는 아마 역사상 가장 수준높은 유머 감각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 아니, 이것이? 오빠의 시를 받아랏


동파가 누구인가? 짓궂은 여동생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있는 대로 건드리는데 문자속 꽉 닫고 참고만 있었으랴? 소소매가 희시( 詩)를 읊자마자 그 털 속의 입이 꿈지락거리기 시작한다.


뜰앞을 서너걸음 나서기도 전에
이마 꼭지가 먼저 화당에 닿네.

미출정전삼오보(未出庭前三五步)
액두선도화당전(額頭先到畵堂前)


무슨 얘기냐? 소소매는 이마가 왕년 청순배우 임아무개처럼 발달되어 튀어나왔던 모양이다. 중후장대한 앞짱구란 얘기다. 그걸 놀리는 시다. 마빡의 슬픔을 아무리 오빠이기로서니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하다니. 아무리 튀어나왔기로 몇 걸음 걷자마자 뜰 저쪽에 있는 불화 모신 곳에 쾅 부딪친단 말인가. 그러나 이런 모욕적인 내용을 듣고서도 소소매는 유들유들하다. 그래, 한번 해보자는 심산이다.


소동파 석상.


▶ 오빠 얼굴 풍경은 이렇다고요


하늘처럼 넓고 땅처럼 광활하니 길은 삼천개나 되는구나
두 눈썹 서로 멀리 바라보니 은하수를 사이에 둔 듯 하구나
해를 보내며 한방울 흘린 그리운 눈물은
흘러흘러 아직까지 뺨 주위에도 도달하지 못했구나

천평지활로삼천(天平地闊路三千)
요망쌍미운한간(遙望雙眉雲漢間)
거세일적상사루(去歲一滴相思淚)
지금유불도시변(至今流不到 邊)


요컨대, 얼굴이 광장같이 넙대대하다는 얘기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법과 기지가 번득거린다. 눈썹과 눈썹 사이가 은하계보다 더 넓다는 상상력과 지난 겨울에 흘린 눈물이 이 여름에도 뺨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익살은 이 시대에 써먹어도 참신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저 깜찍한 동생의 눈물타령에 동파도 맞장을 뜬다.

▶ 네 낯짝도 만만찮다고

몇번이고 울고싶었지만 내려가기 어렵구나
두갈래 샘물이 퐁퐁 솟다가 머무르네

기회시루심난도(畿回試淚深難到)
유득왕왕양도천(留得汪汪兩道泉)


얼마나 광대뼈와 눈밑살이 현란했으면 눈물이 다 내려가다가 멈춰버리나? 오빠의 흠은 넓은 것이지만 여동생의 약점은 우락부락한 것이다. 같이 울어도 동파의 얼굴엔 길어서 덜내려가고 소매의 얼굴엔 장애물이 많아 못내려가는 것이다.

▶ 남매간의 '외모 비하' 설전을, 배울 필욘 없지만…


남매는 이렇게 서로를 힐난하며 낄낄거렸으리라. 점잔이고 교양이고 그런 건 간데 없다. 그저 인간 본성의 장난끼와 낙천주의가 가득 스며들어 있다. 이것이 시인들의 끼 아닐까? 욕설이라도 품격이 좀 있어보이기도 하고...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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