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시인의사랑-이상과 금홍①]딸 있는 금홍에게 첫눈에 반한 '각혈하는 사랑'

최종수정 2017.06.02 15:56 기사입력 2017.06.02 15:56

온천서 만난 술집여자와 사랑에 빠지다…서울 청진동 '제비다방'서 시작한 기묘한 동거

영화 '금홍아 금홍아'(1995, 김유진 감독)는 시인 이상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은, 각자의 마음 속에 그려진 이 시인의 모습이 모두 다를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이다. 영화 속의 이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시(詩)는 영화화되기 어려운 소재라고 생각한다. 시인의 삶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일 또한 그런데, 외견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은 그가 지닌 시적인 모든 것들을 더욱 모호하게 감춰버리는 것 같다.

영화 '금홍아 금홍아'(1995, 김유진감독)의 한 장면.


이상은 없고 피상적 이해 속에 건져올려진 불편한 피사체만이 렌즈 안에서 끝없이 경박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물론 감독이나 배우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이 바라보았을 금홍(당시 23세의 이지은이 열연했다. 그녀는 그해 신인상을 휩쓸었다)을 눈앞에 데려와준 것에 감사한다. 금홍은 진짜 금홍 같았다.

이지은이 그 뒤 무엇을 했나 궁금해져서, 근황을 찾아봤다. '파란 대문'을 찍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고, 이후 벤처사업가와 결혼을 했고 출산을 했으며 강남에서 어린이미용실 '지아모'를 창업했다는 뉴스가 내가 접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소식이다.

▶이미 딸을 낳은 그녀
21세의 나이에 김해경(이상의 원래 이름)은 각혈(?血)을 하기 시작했다. 폐결핵이나 폐종양 같은 질환을 앓았을 것이다. 각혈을 진정시키려 황해도에 있는 배천(白川이라 쓰고 배천이라 읽는다)온천을 찾아갔다. 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1932년쯤(23세때)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 온천은 500년전부터 알려진 명소로, 북한 천연기념물(1980년 지정) 온천이다. 라듐 함유량이 높은 알칼리성 온천으로 규폐증, 기관지염 환자들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이 이용했다.

거기서 술집여자인 20세쯤 되는 금홍을 만난다. 스물 셋이 스물을 만난 상황. 요즘으로 치면 비교적 어린 커플이지만, 김해경은 벌써 '죽음'을 앓고 있었고, 금홍은 17세 때부터 작부 생활을 했고 19세 때는 딸을 하나 낳은 여자였다.

영화 '금홍아 금홍아'(1995, 김유진감독)의 한 장면.



▶ 서울공대 수재가 온천서 만난 작부

당시 김해경은 어떤 사람이었던가. 1929년 그는 경성고등공업학교(서울공대 전신) 건축과를 수석 졸업했다. 졸업 작품으로 '수상(水上) 경찰서 겸 소방서 설계안'을 냈다. 3월 졸업과 동시에 월급 55원(현재의 100만원 정도, 공무원 봉급이 100원쯤 되던 시절)을 받는 총독부 건축과 기사로 들어갔다. 1931년 7월에 '조선과 건축'이란 잡지에 '이상한 가역반응'이란 시를 발표한다. 이 당시 그가 시인인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태양이땀에젖은잔등을내려쬐었을때그림자는잔등전방에있었다."와 같은 수수께끼의 문장들의 씌어진 그의 시를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다.

영화 '금홍아 금홍아'(1995, 김유진감독)의 한 장면.


▶ 청진동 건물 1층에 '제비다방' 차려, 금홍과 동거

김해경이 이상이란 이름을 쓰게 되는 것은 경성고공 시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졸업 앨범에 이상이라는 필명이 나온다. 그러나 아예 이름을 이상으로 바꾼 것은 1932년부터라는 누이동생 김옥희의 증언이 있다. 배천온천에 갔을 때만 해도 김해경이란 이름으로 불렸을 것이다. 이름을 바꾼 까닭은, 공사장 노동자들이 '긴상(김선생님)'이라 해야하는데 착각으로 '이상(이선생님)'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지만 믿을만 하지는 않다.

건축가 이상이 배천의 금홍을 부른 것은 1933년 경이다. 요양을 갔다온 뒤 1년쯤 뒤다. 그해 이상은 백부의 양자로 들어갔으나 보름을 못견디고 집안을 뛰쳐나왔고 백부의 유산으로 청진동 건물의 1층을 전세 내서 다방 '제비(燕)'를 차린다. 그리고 금홍을 마담으로 앉혔다.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한다. 24세의 이상과 21세의 금홍.<계속>




아시아경제 티잼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

아시아경제 추천뉴스

리빙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