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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조용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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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그는 당선후 대통령궁을 노숙자에게 개방하고 자신은 부인 소유의 농가에서 직접 농장 일을 하며 청렴하게 살았다. 대통령 월급 1만2000달러(약 1350만원)의 90% 정도를 시민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 재임시 우루과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국가 신용도는 '투자 적격 등급'을 회복했고 빈곤율과 실업률은 떨어졌다. 그렇다고 그의 정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공공부문 개혁은 공무원 노조의 반대로 좌초했고 공교육 개혁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말 65%라는 높은 지지율로 퇴임했다. 지지율은 정책의 성패 보다는 대통령의 철학과 소통에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8%가 '문 대통령이 향후 5년간 직무수행을 잘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선거 때 취약했던 대구·경북(82%), 60대이상(82%), 보수층(73%) 등에서도 높은 수치를 보이며 지역과 세대, 이념을 망라하고 있다.

이 같은 높은 기대감은 문 대통령의 낮은 자세로부터 나온다. '청와대 전세살이' 동안 개인적 식비 등은 월급에서 공제하고 '눈먼 돈'이었던 특수활동비도 대폭(42%) 줄이겠다고도 했다. 참모진들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의무"라고 주문하면서 격의없는 토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모름지기 대통령이라면 이미 응당 그랬어야 할 일들이다. 권위를 내려놓고 적폐를 스스로 청산하고 있으니 박수받아 마땅하다. 여기까지는 문 대통령과 무히카 전 대통령은 오버랩된다.

그러나 대통령 개인의 무결성과 국정은 사뭇 다른 모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문제가 난항이다. 이를 시작으로 줄줄이 예정된 인사청문회는 인사정책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주부터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문 대통령의 실제 국정수행 지지도에는 이런 변수가 작용한다. 물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전 정부에 대한 반사효과로 초반 지지도는 적잖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속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무히카 전 대통령처럼 조용한 실천이면 족하다. 소란스럽지 않은 조용한 개혁 말이다.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티끌이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꿰뚫어도 물에 흔적이 없는 것처럼.

김동선 기획취재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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