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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45]A-ha - Hunting High and Low(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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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스타는 라디오 스타다

버글스(Buggles)가 1980년에 부른 노래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일종의 계시였다. 이전에도 가수들은 단장하는 데 힘썼지만 1980년대의 뮤지션에게 시각적 매력이란 특히 중요했다. 10대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노래 그 자체의 매력도 여전히 중요했지만 MV의 위력 역시 상당했다.

아하(A-ha)의 성공에도 MV의 지분은 크다. ‘테이크 온 미(Take On Me)’의 MV는 아하의 소개 글에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지만 이 MV가 너무 뛰어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연필로 그린 만화에 실사를 교차시킨 비주얼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지금은 물론 20년 뒤에 봐도 촌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멋지다. 세 멤버 준수한 외모 역시 음악을 보는 시대에 적합했다.
비주얼 시대에 적합한 밴드였던 아하는 뉴웨이브와 신스팝이라는 장르적 유행에도 적합했다. 축소된 기타의 역할이나 전면에 나선 신디사이저는 해당 장르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적절한 절제는 아하의 데뷔작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대부분의 곡에 사용된 악기의 수는 적은 편이고 연주의 기교도 딱 필요한 만큼이지만 빈틈없이 탄탄한 구조를 과시한다. 여기에 반복되는 코드 위에 얹힌 멜로디는 쉬우면서도 중독성이 있다.

여기에는 폴 왁타(Pal Waaktaar)의 작·편곡능력 덕이 크다. 작곡의 대부분을 담당한 왁타의 감각은 곳곳에서 돋보인다. ‘헌팅 하이 앤 로(Hunting High and Low)’나 ‘샤인 온 티브이(Shine On Tv)’, 후루홀먼(Magne Furuholmen)과 함께 쓴 ‘러브 이즈 리즌(Love is Reason)’은 앨범의 무게추가 ‘테이크 온 미’ 한 곡에 기울지 않게 막는다. 여기에 전반에 걸친 신디사이저의 전자음은 밴드의 얼굴인 하켓(Morten Harket)의 섬세한 보컬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여러 모로 비주얼 가수로 그치거나 원 히트 원더로 끝날 밴드는 아니었다. 롱런하는 비디오 스타는 거의 대부분 라디오 스타다.

아하는 진지한 열정과 꾸준한 노력이 보상 받은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출신인 이들이 타지인 런던으로 건너가 가수로 성공할 때까지의 고생은 적지 않았다. 영어라는 언어의 위상이 새삼 실감나기도 하고 노르웨이에서만 활동했어도 지금같이 거물이 되었을까 싶지만 이 앨범의 음악적 성취 앞에 중요한 질문은 아니다. 재능과 야망 그리고 노력으로 빚은 삼총사의 데뷔작은 시대적 흐름을 생생하게 담아냈고 이들의 성공은 마땅히 받을만한 보상이었다.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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