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투트랙' 매각 전략…WD와 갈등 봉합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온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2차 입찰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바는 WD와 별도의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나머지 후보 4곳과도 매각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도시바는 25일 은행권과 도시바메모리 2차 입찰에 뛰어든 4개 진영의 관계자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관민펀드가 이끄는 미일컨소시엄, 미국 반도체회사인 브로드컴, 한국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예상대로 그동안 도시바메모리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곳들이 1차 입찰을 거쳐 본입찰에 참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자리에서 도시바 관계자가 "인수금액을 2조엔대 이상 제시한 진영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WD는 도시바와 별도 채널로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이번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과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는 회담을 갖고 그동안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두고 벌여 온 싸움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간 WD는 반도체 생산 기지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운영 하는 점 등을 들어 이번 매각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요구했다. 도시바가 이를 거부하자 WD는 사안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소까지 끌고갔고 이 때문에 매각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WD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도시바는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막혔던 돈줄에도 숨통을 트게 됐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6000억엔대의 융자를 받았지만 합작 관계에 있는 WD가 담보 설정을 거부해 인출을 못했었다.

도시바는 별도 채널을 통해 진행할 WD와의 반도체 사업 매각 협상에서 '인수가 상향 조정'을 요구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최소 2조엔대의 매각가를 원하고 있지만 WD가 1차 입찰에서 제시한 금액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D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금액을 상향폭이 향후 매각 과정에서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만일 WD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각국의 독점금지법을 어떻게 풀어낼 지는 여전히 숙제다. 이 때문에 WD가 미일컨소시엄이나 다른 경쟁진영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