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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그 꽃도 나를 보았을까/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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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작은 꽃에겐 아주 작은 태양이 뜨고 아주 작은 달이 뜨고
 쓰러진 그녀에게도
 아주 작은 밤이 지나고 아주 작은 아침이 오고
 버려진 개에게도
 아주 작은 바퀴가 굴러가고 아주 작은 발이 지나가고
 그녀와 개 사이에도
 아주 작은 사람이 오고 아주 작은 사람이 가고
 비 한 방울의 바다를 뒤집어쓰고
 아주 작은 꽃에겐 아주 작은 파도
 아주 작은 노래
 아주 작은 말
 해안도로를 따라
 아주 작은 꽃에겐
 아주 작은 흰색
 길 끝의 소녀들
 쓰러졌다 일어서면 흰색

■괭이밥이라고 있다. 봄이면 아기 손톱만큼 작은 샛노란 꽃을 피우는 풀이다. 꽃마리의 꽃도 무척 작은데 연한 하늘색이다. 그리고 한동안 그 이름을 몰라 나 혼자 애기풀꽃이라고 이름을 붙이곤 만날 때마다 애기풀꽃, 애기풀꽃이라고 부르던 개미자리는 면봉보다 더 조그마한 하얀 꽃을 맺는다. 할미꽃도 싸리꽃도 작긴 작다. 목련이 툭툭 지는 곳 어느 언저리를 보다 보면 밤하늘의 별보다 작고 빛나는 꽃들이 연두들 사이에서 한들한들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비 한 방울"이 "바다"의 파도인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꽃이다.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꽃은 꽃이다. 첨언 하나. 이 시는 읽기에 따라 참 끔찍한 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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