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이규혁, 9월 말에도 삼성 지원여부 확신 못해…변호인 측 "7월25일 지원 합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서울 삼청동 인근 안가에서 독대를 하는 과정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뇌물 지원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특검 측 논리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가 증인으로 나와 영재센터 지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증언했다. 이규혁 전 전무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정농단 사건 주역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와는 중학교 선후배 관계다.
장시호씨는 이규혁 전 전무와 함께 영재센터 지원 사업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삼성동 안가 독대 과정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장시호씨가 관여했던 영재센터 지원을 합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판부는 "(장시호씨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삼(삼성)을 상대로 하려면 이렇게 가다간 다들 징역 가게 생겼어. 조사 받는다' 이런 내용이 나오는 데 삼성의 지원이 확정이 안된 거죠"라고 이규혁 전 전무에게 질문했다.
이규혁 전 전무는 "예"라고 답변했다. 이규혁 전무는 변호인 측이 삼성과 관련해 "9월25일까지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은 미확정이죠"라고 질문했을 때도 "네"라고 답변했다.
삼성 쪽에서 영재센터를 지원하게 된 시점과 배경은 재판부의 이 부회장 사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규혁 전 전무의 증언은 9월25일까지는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은 "7월25일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합의에 이르렀다면 두 달이 지난 9월25일, 삼성의 지원이 결정이 될지 안 될지 장시호와 이규혁이 걱정하는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7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가성 지원 합의가 없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변호인 측은 특검 측이 제안한 박근혜 전 대통령 증인 출석 문제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변호인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증인 심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규혁 전 전무는 18일 공판에서 영재센터 지원을 둘러싼 특검 측 논리를 입증하는 증언을 할 것으로 보였지만, 증언 내용은 이러한 예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규혁 전 전무는 "장시호가 삼성 임직원을 만난 적이 있거나, 삼성 직원 중 장시호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없다"고 답변했다. 또 이규혁 전 전무는 "청와대에서 영재센터를 은밀히 도와준다고 생각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당시에는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규혁의 한계는 메달리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용도로 역할을 한 것이기 때문에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라면서 "최순실이 어떤 역할인지 (장시호가 이규혁에게) 알려줄 이유도 없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도 알려줄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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