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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재벌개혁' 김상조 양날의 칼 vs 재계, 갈고 닦은 창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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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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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벌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재계가 공정위 대응에 본격 착수했다. 재계는 이번에 10년 만에 진보정권으로 바뀌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공정위의 정책 방향이 당근보다는 채찍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고 주요 이슈별로 정책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가 오랜 기간 대기업 감시와 견제활동을 해오며 대기업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시장경제질서 확립과 함께 경제 활력도 필요하다고 인정한 만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배구조개혁, 재계 상당한 진척…4대 그룹이 관건

재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의 계열 공익법인이나 자사주 활용, 우회출자 등을 통해 대주주 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온 관행을 끊겠다고 했다. 기존 순환출자도 단계적으로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재계는 정부의 지주사 전환정책에 맞춰 총수 중심의 기업구조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꾸준히 손질해왔다.

2003년 LG를 시작으로 SK, GS, 두산, 한진, LS, 한라 등 많은 대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2년 17개이던 지주사는 현재 162개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재벌개혁의 주된 타깃인 상위그룹은 지주사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삼성은 지주사 전환을 검토했다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포기했다.

삼성과 현대차, 한화, 롯데 등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를 두길 바라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 역시 상호, 순환 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 비금융사 간 출자 절연을 전제로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해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상법개정안은 재계에서 안도하는 부분이다.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데다 김 후보자도 "다 통과될 수는 없다.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실태점검…조사국 부활에 초긴장


4대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공정위는 현재 45개 대기업집단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ㆍ가치네트ㆍ삼성석유화학 등 3개사, SK는 SK㈜ 등 3개사, 현대자동차는 현대커머셜 등 12개사가 포함됐다. 공정위는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된 기업엔 직권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공정위의 조사국이 부활되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통해 과세(증여세) 폭탄이 이뤄질 경우 재계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기업경영상 계열사 간 거래는 업무 효율성, 원료·부품의 공급 안정성, 회사 내부기밀 보안성을 위해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이다. 재계에서는 한국에서만 계열사 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라는 용어를 써 불법행위로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는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이나 불공정거래는 많이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된 공정거래협약은 기술·제품 개발 등을 위해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들에 자금·인력 지원 등을 사전에 약정하고 이행하는 제도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대기업 209곳과 중소업체 4만여곳이 협약체결에 참여하고 있다. 4대 그룹 모두 공정위로부터 모범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합리적 진보학자…무리한 조사자제 기대

재계에선 김 교수가 합리적 진보학자라는 점에서 공정위원장을 맡으면서 과징금 남발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들로부터 거둔 과징금은 8038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패소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재산정해 돌려준 환급액은 지난해 1582억원이었다. 전년 341억원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공정위가 일단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자는 식의 행정처분을 했다가 법원에 가서 패소해 돌려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전문성과 신뢰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시장경제질서를 공정하게 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고 한국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공정위가 기업의 경쟁 촉진과 공정거래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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