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정규직 전환하면 부작용만 생겨
대기업 일자리 정책은 정규직 채용 확대에 초점 맞춰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가속도가 붙자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받는 재계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주요기업들의 대다수 직원들은 정규직인데다, 비정규직은 효율성을 위해 최소인원으로 꾸려가는 상황이다. 상위 20대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이 2.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이를 반영해준다. 재계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을 요구받게 되면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춰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비정규직 비율은 순차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상위 20대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월 기준 이들 기업이 고용한 총 직원의 수는 총 45만9123명이었다. 이 중 정규직 직원은 44만8754명이고, 비정규직 직원은 1만369명이다. 전체 고용인원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2.2%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필요한 곳에만 비정규직 직원들을 최소 고용한 수준이라, 이들을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면 오히려 기업들이 이 인원들을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정규직은 9만9407명인 반면, 비정규직은 2406명으로 2.3%에 그쳤다. 다만 업종 특성상 사내하도급 비정규직들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지난 2월 법원도 "2년 넘게 일한 현대ㆍ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거나 고용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라"고 판결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4000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60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정규직을 전환해주기로 했다.
정유·화학·철강 등 장치산업 역시 직원수 자체가 다른 업종보다 적고, 고용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겨 비정규직을 최소화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은 포스코가 1.7%, LG화학은 0.8%, 효성그룹이 3.1%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정규직으로 돌릴 비정규직 자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비정규직 직원들은 주로 구내식당이나 카페 역사관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GS그룹이 4년 전 25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것처럼 등 기업들이 자체적인 노력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애라'고 하기 보다 '최소화하라'고 유도하는 게 맞다"며 "오히려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용 확대와 같은 정책을 유도하는 게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와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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