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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요일에 푸는 해장傳]통영의 봄기운에 취했다면 해장은 도다리쑥국

최종수정 2017.05.17 18:48 기사입력 2017.05.17 16:04

답답한 속 풀어주는 해장 음식을 찾아서…(5)도다리쑥국

바야흐로 해장의 시대다. 저간에 벌어지는 일들, 신문 지면을 장식하거나 하지 못하거나, 죄다 서민들 맺히게 하는 것들뿐이니 그저 시원한 해장국 한 그릇이 절실하다. 해장국의 원래 이름은 숙취를 풀어준다는 해정(解酊) 국이었지만 이제는 답답한 속을 풀어준다는 해장(解腸)국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쓰린 배 부여잡고 아무 데서나 해장을 할 수는 없다. 정성껏 끓인 해장국 한 그릇은 지친 삶을 견디기 위한 한 잔 술 다음에 놓인다. 고단한 일상에 위안이자 어쩌면 유일한 호사다. 허투루 이 한 그릇을 대할 수 없는 이유다. 해장의 시대, 삶의 무게 깃들어 땀내 서린 해장 음식을 찾아 나섰다.

도다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석이 사랑한 통영 여인 = 봄이면 경상남도 통영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이곳에 내리쬐는 봄 햇살이 다른 곳보다 따사롭다고 느끼는 것은 겨우내 이 계절을 기다렸던 상춘객들의 들뜬 마음 때문일 게다. 그 마음은 연모하는 대상을 찾아 먼 통영까지 왔던 시인의 시심과도 닮았다. 통영에 사는 여인을 사랑했던 백석은 그곳을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통영2'라는 시에 썼다. 이 시는 통영의 충렬사 앞에 새워진 그의 시비에 새겨져 있다.

백석의 시비 앞에서 서 '통영2'를 읊다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통영의 맛에 대한 것이다. 그는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조코 / 패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조코"라고 했다. 전복, 해삼, 도미, 가자미, 파래, 꼴뚜기(호래기). 죄다 바다 내음 흠뻑 느끼게 하는 안주들이다. 젊은 날의 백석도 이 안주들에 한 잔 술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통영-남행시초2'라고 제목을 붙인 시에 이렇게 썼다. "통영장 낫대들었다 / 갓 한닢 쓰고 건시 한 접 사고 홍공단 댕기 함감 끊고 술 한 병 받어들고 / 화륜선 만져보러 선창에 갔다"

백석이 술 한 병 받아 들었던 1930년대 통영과는 다르지만, 지금도 그곳에 가면 여전히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에 그가 시로 쓴 전복, 해삼, 도미, 가자미가 즐비하다. 그 신선한 맛에 한 잔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번거롭다면 통영만의 '다찌'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좋다. 술만 시키면 제철 해산물을 기본으로 하는 안주가 차려진다.

봄기운과 통영의 맛은 취해도 걱정이 없다. 백석은 '통영2'에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 밤새껏 바다에는 뿡뿡 배가 울고"라고 썼다. 하지만 그 요란한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통영만의 해장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백석의 가자미는 도다리쑥국으로 = 백석이 시로 '가재미의 생선이 조코'라고 썼던 그 가자미의 맛은 오늘날 봄이 되면 이곳을 붐비게 하는 일미로 꼽힌다. 봄 도다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실은 가자미의 맛을 의미한다. 우리가 봄에 도다리라고 부르는 것은 '문치가자미'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이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도다리라는 생선은 따로 있다. 하지만 최근 어획량이 적어 문치가자미가 도다리로 통용되고 있다.

이 도다리를 된장과 함께 맑게 끓이면서 봄에 돋아나는 쑥의 향을 더한 것이 통영의 음식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의 맛이며 쑥의 향을 봄 무렵에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많은 이들이 통영행 버스에 오른다. 당연히 통영의 봄기운에, 통영의 밤에 취했다면 아침엔 해장국으로 도다리쑥국이 제격이다.

문치가자미가 살이 오르는 때는 5월 이후다. 3~4월에 많이 잡히기 때문에 이때는 탕으로 먹기 적당하다. 여기에 봄이 제철인 해쑥을 넣어 맛을 더했으니 도다리쑥국을 먹기는 이맘때가 딱 적당하다. 봄이 제철인 것은 도다리라기보다 도다리쑥국인 셈이다.


◆서울에서도 도다리쑥국을? =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충무집에서는 봄이면 도다리쑥국을 찾는 손님들이 가게를 가득 메운다. 앉아서 도다리쑥국을 주문해 기다리다보면 옆 테이블에서 연신 후루룩거리며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국물이 좋잖아?" 동의를 구하는 물음에는 다소 생경한 음식 함께 먹자고 청한 이의 근심, 혹시 입에 안 맞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느껴진다.

하지만 조바심 가질 필요는 없다. 도다리와 쑥은 함께 끓여 먹으면 몸에도 좋지만 맛도 일품이다. 도다리 살은 담백한 맛으로 혀를 휘감고 해쑥의 향은 후각을 자극한다. 다른 재료를 더하지 않아도 잘 우러난 국물 역시 겨우내 닫혀 있는 가슴을 뚫는 느낌이다. 이 도다리쑥국을 먹으면 백석의 시심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그곳, 통영에 가고 싶어진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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