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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정겹다 五感島…봄빛과 쪽빛 가득한 보물섬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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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해안일주도로 여정

남해 독일인마을에서 바라본 물건리 방조어부림과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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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상주 은모래비치를 걷고 있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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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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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어디 둘러봐도 보석같은 절경과 억척같은 삶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한 구비 돌면 마늘밭과 다랭이논, 쪽빛바다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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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편백자연휴양림에서 해안도로로 접어드는 고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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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어디 달려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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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래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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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 죽방렴

창선 죽방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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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올망졸망한 섬들 사이로 오가는 작은 어선들이 정겹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과 푸른바다는 봄빛과 쪽빛을 가득 품었습니다. 수평선을 어깨에 두고 달리는 해안선은 말 그대로 그림 속 풍경입니다.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가 차 안으로 파고듭니다. 다랑논에서 마늘과 벼가 쑥쑥 자라고 노란 유채 꽃이 흐드러지며, 어촌은 쪽빛 바다와 함께 빛납니다.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가슴 뭉클합니다. 달리다 차를 세우면 그곳이 전망대가 되고 명소가 됩니다. 남해는 1973년 남해대교가 준공되어 하동과 연결되었습니다. 2003년에는 창선ㆍ삼천포대교로 사천과 이어지면서 해안 드라이브 명소로 인기입니다. 나비처럼 생긴 남해는 양 날개 위쪽으로 하동과 사천이 이어집니다. 드라이브는 남해대교로 들어와 명소를 둘러보고 창선ㆍ삼천포대교를 통해 나가거나, 그 반대로입니다. 가는 봄이 아쉬운 이때 '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으로 불리는 남해바다로의 여정을 떠나봅니다.

덕지덕지 찍어 바른 회색 도시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할수록 신록은 더해가고 있다. 남해대교를 건너자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핥으며 반긴다. 남해에 내려앉은 봄볕은 무르익었다. 봄 향기 풍기는 쪽빛 바다와 쑥쑥 자란 마늘이 춤을 추듯 함께 달린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들판과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길손을 맞는다. 남해의 이런 풍경이 참 좋다.
남해대교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있다. 충렬사 앞에서 바다 위에 걸린 남해대교의 수려한 자태가 한눈에 잡힌다. 길이 660m에 높이 52m로 웅장한 현수교지만, 굼떠 보이지 않고 날렵하다. 1973년 개통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

다리 아래 도도히 물결치는 바다가 노량해협이다. 조선 시대 유배객이 육지를 등지고 저 바다를 건너왔다. '화전별곡'에서 남해를 '일점선도'라 칭송한 자암 김구와 '구운몽'의 저자 서포 김만중도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노량해협은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남해대교와 눈을 맞췄으면 본격적으로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내려간다.

먼저 만나는 곳은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이다.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오른 곳으로 이락사(李落祠)라고도 불린다. 사당과 유허비를 둘러보고 소나무가 빽빽한 오솔길을 약 500m 지나면 첨망대(瞻望臺)가 나온다. 이곳에서 노량해전의 전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유적지에서 11㎞쯤 내려오면 남해읍으로 들어서고, 남해유배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배와 유배문학 전용 공간이다. 유배문학실로 들어가니 조선 시대 다섯 가지 형벌(태형ㆍ장형ㆍ도형ㆍ유형ㆍ사형)을 설명하는 공간이 있다. 유형(유배)은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이다. 유배 체험실에서 소달구지를 타고, 작은 방에서 유배객 체험을 해보니 시나브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유배지에서 절망적인 삶을 극복하고 예술혼을 불사른 김구와 김만중 등이 새삼스럽게 대단해 보인다.

문학관을 나와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가천 다랭이마을이 가까워지면 마을 입구 전망대에 차를 세운다. 산과 마을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설흘산과 응봉산의 급경사 산비탈이 바다로 내려오는 지점에 곡선형 계단식 논이 100층 넘게 만들어졌다. 멀리서 보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비바람에 쓸려 내리지는 않을지, 발 잘못 디뎌 미끄러지지는 않을지. 하물면 밭 갈던 소도 한눈 팔면 절벽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마을로 들어서면 가천암수바위가 반긴다. 마을에서는 미륵불이라 하여 각각 암미륵, 숫미륵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아무도 모르게 숫미륵 밑에서 기도를 드리면 득남한다고 알려져, 다른 지방에서도 많이 다녀갔다고 한다. 오른쪽 암미륵은 여인이 잉태해 만삭이 된 모습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암수바위는 조각 형태가 투박해 정감 있고 마을 뒤의 설흘산, 응봉산과 어울려 더욱 신비스럽다.

암수바위에서 내려가면 정자를 만난다. 주변에는 유채 꽃이 피었다. 정자 앞으로 이어진 길이 남해바래길 2코스 앵강다숲길 시작점이다. 꽃길 따라 휘파람 불며 여유롭게 걸어도 좋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는 낚싯배들이 한가롭고 구름 틈새로 쏟아지는 햇살은 바다에서 황홀한 빛의 잔치를 펼친다.

가천 다랭이마을을 나오면 앵간만이 지척이다. 바다가 앵무새처럼 예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활처럼 휜 해안선을 따라 띄엄띄엄 들어선 포구가 마늘밭과 어우러져 정겹다. 앵강만 입구에는 김만중의 마지막 유배지인 노도가 있다. 김만중은 섬 속의 섬인 노도에서 사씨남정기와 서포만필 등을 집필했다.

앵간만을 지나면 상주은모래비치에 닿는다. 해변의 울창한 소나무 방풍림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쉬기 좋다.

미조항을 지나면 물미해안도로가 펼쳐진다. 남해의 가장 동쪽 해안으로 따르는 길이다.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가 차 안으로 파고든다. 핸들을 놓치면 그대로 쪽빛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다. 오른쪽으로 계속 따라오던 마안도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물건리 방조어부림에 닿는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바닷가의 울창한 숲이다. 팽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활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가득하다. 바닷바람과 해일 등을 막아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고,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 역할도 한다. 마을 뒤편 언덕으로 차를 몰면 1960년대에 산업 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된 동포들이 귀국해서 정착한 독일마을, 아기자기한 정원이 예쁜 원예 예술촌을 지나 창선교에 닿는다.

창선교 밑을 흐르는 지족해협을 지나는 길에 그 유명한 '죽방멸치'를 탄생시킨 V자형 나무 말뚝을 볼 수 있다. 바로 남해의 자랑인 원시 그물 죽방렴이다.

빠른 물살이 드나드는 물목에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발로 그물을 쳐둔 뒤 죽방에 들어 온 물고기가 물에 빠져 갇혔을 대 건져 올리는 원시 어업이다. 물이 흐르는 때를 보아 하루 두 차례 뜰채로 생선을 퍼내는 모습을 보면 자연산 회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돈다. 죽방에 걸려온 멸치 등 물고기는 그물로 거둔 것과 달리 손상되지 않고 맛이 뛰어나다.

창선교 아래 지족항에는 길이 100m, 폭 2m 도보교와 관람대가 있어 죽방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남해 드라이브는 멸치가 유명한 지족리의 식당에서 마무리한다. 상추에 멸치 회무침을 올린다. 목구멍으로 푸른 남해가 통째로 들어온다. 이 맛에 남해로 간다.

남해=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saiae.co.kr
[여행만리]정겹다 五感島…봄빛과 쪽빛 가득한 보물섬 드라이브 원본보기 아이콘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회덕분기점 지나 판암IC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타고 가다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 이용. 하동 진교IC에서 남해방향으로 20분정도 가면 남해대교다. 사천에서 창선대교를 건너는 방법도 있다. 또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를 달려 익산IC에서 포항익산고속도로를 약 10㎞ 탔다가 순천완주고속도로로 진입해 순천IC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먹거리=남해의 맛이라면 단연 멸치다. 죽방멸치로 유명한 삼동면 지족리를 비롯해 남해에는 멸치회, 멸치찜(사진) 등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지만 맛은 비슷비슷하다. 남해대교 아래 노량에는 싱싱한 활어회를 내놓는 가게들이 몰려있다.

△볼거리=남해금강이라 불리는 금산(681m)과 보리암(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38경이 절경이다. 노도, 편백자연휴양림, 해오름예술촌, 다랑이논을 잇는 바래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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