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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문재인·트럼프 회담, '구동존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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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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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과 분위기는 사실 미묘하다. 전통적 우방이자 동맹국의 새 대통령의 탄생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그 속에 팽팽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물론 백악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환영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직접 전화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두고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강조까지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와 워싱턴 정가의 속내를 반영하고 있는 일부 미국 언론들의 논조는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들은 '굳건한 한미 동맹 확인'이라는 상투적인 다짐과 대화에는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강경 보수의 기반 위에 대북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개혁적 색채에 대북 화해 정책을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가 충돌하며 빚어낼 불협화음과 불확실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고 다행스럽다.

하지만 만남 자체가 문제의 해결을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과거 보수적인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한국 진보 정권의 김대중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만남은 종종 껄끄러운 뒷말과 후유증을 낳곤 했다.
냉정히 따져보면 머지않아 열리게 될 '문재인-트럼프 정상 회담'도 시쳇말로 '곳곳에 지뢰밭'이다. 북핵 및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셈법 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비용 문제, 개성공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문제 등에 대해 양 정상은 이미 한참 동 떨어진 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폭주 기관차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에서의 정면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이 즐겨 쓰던 '구동존이(求同存異)' 접근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마디로 '같은 점을 먼저 찾아내고 다른 점은 일단 접어둔 채 일단 관계를 발전시켜라'는 말로 요약된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구동존이' 외교협상으로 성과를 거뒀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 언론들은 'G2의 정면충돌' 또는 '스트롱맨의 승부'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결과는 반대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 주석은 존경할 만큼 좋은 사람'이라며 열성팬이 돼버렸다.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화끈하게 면죄부를 줬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 과정을 복기해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관심사였던 대북 정책 공조와 관련, 중국도 북핵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의구심을 푸는 데 주력했다. 이후 대북 제재의 현실적 고충까지 곁들여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시주석은 트럼프 정부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 보였던 무역 분야에 대해선 '무역불균형 시정 100일 계획' 합의라는 우회로를 찾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봉을 피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회군의 명분까지 챙겨준 셈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색채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국익에 필요하다면 첫 만남에선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극대화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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