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백악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환영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직접 전화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두고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강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고 다행스럽다.
하지만 만남 자체가 문제의 해결을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과거 보수적인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한국 진보 정권의 김대중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만남은 종종 껄끄러운 뒷말과 후유증을 낳곤 했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이 즐겨 쓰던 '구동존이(求同存異)' 접근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마디로 '같은 점을 먼저 찾아내고 다른 점은 일단 접어둔 채 일단 관계를 발전시켜라'는 말로 요약된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구동존이' 외교협상으로 성과를 거뒀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 언론들은 'G2의 정면충돌' 또는 '스트롱맨의 승부'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결과는 반대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 주석은 존경할 만큼 좋은 사람'이라며 열성팬이 돼버렸다.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화끈하게 면죄부를 줬다.
당시 미중 정상회담 과정을 복기해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관심사였던 대북 정책 공조와 관련, 중국도 북핵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의구심을 푸는 데 주력했다. 이후 대북 제재의 현실적 고충까지 곁들여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시주석은 트럼프 정부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 보였던 무역 분야에 대해선 '무역불균형 시정 100일 계획' 합의라는 우회로를 찾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봉을 피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회군의 명분까지 챙겨준 셈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색채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국익에 필요하다면 첫 만남에선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극대화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