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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의 막전막후]양귀비꽃과 비선(秘線)

최종수정 2017.05.15 10:31 기사입력 2017.05.02 11:16

[아시아경제 박관천 전문위원] 양귀비꽃이 피는 5월이다. 당나라 현종의 후궁 양귀비의 이름에서 따온 것처럼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그 씨앗은 몰핀과 아편의 원료가 된다.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중독성이 강해 중독되면 목숨까지 잃는 무서운 물질로 마약관리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된다. 국어사전은 '비밀리에 거느리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인적조직 따위의 계통'을 비선(秘線)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권력의 맛에 도취돼 국정을 망치는 최고 권력자 주변의 비선은 양귀비와 속성이 닮았다.

비선은 역대 권력의 불편한 진실이었다. YS정권 때 김현철, DJ정권의 '홍삼트리오', 노무현정권의 노건평, MB시절 이상득 등등. 비선의 절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게 한 최순실이었다.

어느 국가, 정권에서도 실세는 있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그 인물의 국정철학에 한표를 던지는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실세들로부터 국정운영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공조직이 아닌 '비선 실세'다. 대통령의 신뢰를 등에 업고 한두 마디씩 거들다가 "어 이게 먹히네" 라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인간 본연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권력욕이 자신도 모르게 양비귀꽃을 피우게 된다. 공조직은 무너지고 국정 투명성은 사라지며 권력욕만 남게 된다.

양귀비꽃을 닮은 비선. 어떻게 하면 마약이 아니고 훌륭한 약재가 될 수 있을까? 간단하다. 비선을 공조직화해 국정운영에 도움을 받으면 된다. 마치 양귀비를 마약류로 분류해 관련 법규를 통해 사용용도를 엄격히 제재할 경우 훌륭한 진통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식조직에 들어오는 순간 비선은 더 이상 비선일 수 없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고 역사와 국민앞에 책임을 지는 참모로 변할 수 있다.

과거 필자는 정윤회씨를 만나 "외곽에서 대통령을 도와주시는 것 보다 차라리 공식조직에서 직함을 가지고 하면 좋을 듯하다"고 권유를 한 적이 있다. 실무경험자로서 비선에 의존 할 경우 우려되는 대통령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막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막판을 치닫고 있는 대선국면에서 벌써 유력 대선후보자 주변에는 비선의 그림자가 얼씬거린다. 실패한 정권, 박근혜 정부에서 비선과 결탁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으며 인사전횡 등을 일삼았던 문고리 3인방처럼 이들도 3인방으로 불린다. 그 중 한명은 과거 정권에서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양귀비 꽃도 관리만 잘하면 훌륭한 약재가 될 수 있듯 비선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한다는 선서하는 순간 없어져야 할 유령이다. 유령을 무대위에서 퇴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달콤한 귓속말에 의존할 것인지는 당선자의 몫이다.

최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판에서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박근혜 정부의 참담한 실패 원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어느 정부나 실세가 있었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실세가 드러나지 않는 비선이었다는 점이다." 조 전 수석의 지적이 무슨 의미인지 헤아려야 한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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