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자식들이 다 출가하고 함께 살던 손녀까지 독립하고 나니 집도 마음도 텅 빈 것 같았어요. 방도 제가 쓰는 방 말고 2개나 비었어요. 그러다 광진구청에서 함께 살 대학생을 소개 받았어요. 학생은 생활비를 아끼고 저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내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5남매를 키운 김모(76·여)씨는 6년여 전 손녀딸까지 독립해 나가면서 1인 가구가 됐다. 그는 지난해 새 식구를 들였다. 그는 "서로 생각이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른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살며 얘기하고 소통하는 건 정말 새로운 일"이라며 "경제적인 측면으로도 부수입이 생겼지만, 그것보다는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관계 해체에 따른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미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진 유럽에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에서 정서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한다.
1980년대부터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사회 고독감'에 대처하고 있는 프랑스는 공공재단인 '프랑스 재단(fondation de France)'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카페' 프로젝트로 1인 가구들이 직접 카페에 모여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한다. 프랑스 재단은 1인 가구들의 80% 이상이 가상공간에서의 관계는 고독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 공간에서의 스킨십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들을 가동하고 있다.
김태웅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전략팀 사무관은 "스웨덴의 경우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47%, 스톡홀름은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1인 가구들의 사회 연계성을 높인 결과 삶의 질과 행복도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기록했다"며 "앞으로는 유사가족 형성 정책 등을 통해 1인 가구들이 사람들과 정서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 제공이 대단히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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