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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나비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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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애(한량과 낭인 사이 人)

김소애(한량과 낭인 사이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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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이 느리게 다녀가고 개나리의 환대를 받은 벚꽃의 하얀 길이 스러질 무렵, 모노톤 도시 속에서 진분홍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제야 '너 거기 있었구나' 아는 체 한다. 여러 계절이 지나도록 무심했던 바 사과할 틈도 없이 강렬한 매혹에 이끌려 그 앞에 가 선다. 이름 모를 나비 한 마리가 먼저 와 텃새를 부리고 있다. 이런 무늬이면 호랑나비일려나. 이 송이에서 저 송이, 날아오르고 또 날아내린다. 내게서 조금 거리는 두었으나 이쪽을 그리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철쭉의 짙은 분홍을 배경으로 호랑무늬 나비가 그리는 동적 그림을 정지 자세로 감상한다. 전부터 가졌던 생각 하나가 나비의 날개 짓에 가만히 내려 앉는다. 나비 특유의 아름다움은 그의 외양 뿐 아니라, 필시 저 탁월한 '평형감각' 때문이리라. 나비의 평형감각을 사랑한다. 새들이 부리는 평형감각보다 훨씬 더.

진화 과정 속 앞다리에서 변형된 새의 날개는 몸체와 동일한 근골계로 이루어져 있다. 새의 날개는 사람의 팔과 상동기관으로 비슷한 골격 구조를 가진다. 가슴부 등쪽 측판이 늘어나 판 모양으로 변형된 곤충의 날개는 근육도 뼈도 없다. 곤충은 몸체의 흉부에 이어진 근육의 힘으로 날개를 움직이고 균형을 이루며 날아다닌다. 날지 못하는 사람과 날아다니는 새의 차이보다 새와 곤충, 이들 날아다니는 것들 사이에 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비는 몸체에 비해 유독 큰 날개를 지녔다. 알려진 바로 세상에서 가장 큰 나비 '퀸 알렉산드리아 버드윙'은 몸길이 7㎝, 날개 편 길이가 30㎝에 이른다고 한다. 상상해 보라. 몸길이의 네 배나 되는 30 cm 날개를 움직이는 커다란 나비를. 아슬하니 떨어질 듯 이내 다시 오르며 나풀나풀 팔랑팔랑 나부끼는 나비의 날음새가 그려진다. 나비들은 몸체가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탓에 날개 짓을 할 때마다 양력이 몸체에 하중되어 부치고 오르내리며 '흔들림'이 크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그렇듯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부침을 겪고 요동을 치르며 더욱 아름다워진다. 이때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각자의 삶에서 나름의 평형을 이루는 능력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평형에 대한 감각과 그것을 (순간이나마) 이루어내는 능력을 가진 존재는 아름답다. 평형은 정지 상태의 안정이 아니다. 그 또한 미세한 요동을 내포한 채로 영원하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이며 큰 부침과 요동이 언제나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사람과 동물, 동물과 식물, 생명과 무생명할 거 없이 우주 만물을 이루는 물질의 실체는 동일하게 에너지이고 에너지의 대표적 속성은 '진동'이다. 모두 그 자체로 '끊임없는 흔들림'을 지닌 채로 다른 존재들과 더 큰 흔들림을 그리며 살아 간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평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나비의 날개는 대칭을 이룬다. 대칭이란 나머지는 모두 같으나 한 가지 성질이 정반대로 서로 다름을 말한다. 타고난 평형감각의 나비조차 양날개가 똑같지 않다. 양날개의 '다른' 성질이 평형의 핵심인 것이다. 나비의 평형감각은 정명제에서 반명제를 거쳐 합명제에 도달하고 다시 그에 대한 반명제를 거쳐 다른 합명제에 도달하기를 반복하는 변증법적 역사론과도 닮아있다.

큰 팔랑거림으로 부침과 요동 속에서 끊임없이 평형을 찾아내는 나비를 보며 상상해 본다. 저 몸체 양쪽에 서로 다른 무엇을 달게 되더라도 나비는 훌륭하게 '평형'을 찾아내지 않을까? 부자와 가난한 자, 자본가와 노동자,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남자와 여자, 사람과 동물, 백인과 유색인, 개인과 사회, 당신과 나. 서로 대립을 이루다 끊임없이 갈등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겨우 성질 하나 다른 '대칭'으로 해석해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추한 갈등도, 색소없이 아름다운 빛을 반사해내는 나비의 능력으로 이내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 선거일이 열흘 남짓 남았다. 후보들 중 그나마 나비를 닮은 대통령이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투표는 꼭 할 것이다.

김소애 한량과 낭인 사이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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