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꿈' 신의 한수…SK하이닉스 5년만에 약진해 그룹 대표 부상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원다라 기자]"1분기 SK그룹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1대박과 2중박이 어우러진 결과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2조4676억원)은 SK이노베이션(1조43억)과 SK텔레콤(4300억원·추정치)을 합친 것을 훌쩍 넘어섰다. SK그룹 관계자는 "에너지와 통신도 자기 몫 이상을 해내고 있지만, 반도체가 워낙 '슈퍼 호황'을 누리고 있어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이 반도체로 쏠린 상황"이라며 "그룹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져 앞으로 어느 한쪽의 실적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강에서 3강체제로…올해 최대 캐시카우는 SK하이닉스
최 회장은 2012년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3조4000억 원을 투입해 하이닉스 반도체를 인수했다. 2001년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온데다 2000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던 시점이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이상으로 도약하는 SK하이닉스를 꿈꿀 것"이라고 장담했다. 5년만에 '꿈이 현실이 된' 셈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 총 25조5500억원을 투자했다. 필요한 사업부문을 확장하기 위한 대만, 미국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합병에 힘을 쏟았다. 공장도 새로 지었다. 청주 M12라인(2012년)과 이천 M14(2015년)를 준공했다. 지난해엔 충북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인수 전 적자기업이었던 SK하이닉스는 2013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3년 2분기에는 첫 분기별 영업익 1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 2767억원으로 그룹 내 33.2%의 영업이익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는 SK이노베이션을 제치고 최대 캐시카우가 될 것이 확실해졌다. 최 회장은 현재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전에 전력을 쏟고있다. SK하이닉스의 약점인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24일 일본 출장을 떠난 최 회장은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강 계열사, 주력사업 다양화…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개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3강 계열사 모두 '주력 사업군 다양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역대 세번째로 높은 분기별 실적을 낸 사업 부문 중 정유가 아닌 화학에서 호황을 누렸다. 화학ㆍ윤활유 등 비석유부문의 영업이익(5496억)이 전체 영업이익의 50%를 넘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에틸렌, 파라자일렌과 같은 고마진 화학제품의 마진이 강세를 이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1분기 마케팅 비용을 줄였고, 자회사인 SK플래닛 적자폭이 감소되면서 영업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T아웃도어ㆍ키즈폰을 중심으로 한 세컨드 디바이스와 전국망 구축을 마친 사물인터넷 전용망 로라(LoRa)가 가입자 성장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SK관계자는 "그룹 내 캐시카우가 늘어나고, 주요 계열사의 포트폴리오가 강화하는 것은 최 회장이 추진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해 체질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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