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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10개국을가다]'태국4.0' 중진국 탈출…亞 동반성장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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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4.0'과 동부경제회랑(EEC) 내세워 중진국 함정 벗어나려 안간힘
아세안 지리적 요충지 강점 이용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육성
정부차원 해외 투자유치 활발…'저성장의 늪' 탈출 위해 사활


태국 방콕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

태국 방콕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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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 지난 11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태국 수완나폼 국제공항에서 수도 방콕으로 진입하는 도로 위를 도요타와 닛산, 혼다 자동차가 쉴새 없이 지나간다. 한국과는 반대인 오른쪽에 앉은 운전자는 영락없는 태국인들이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은 상당수가 일본 브랜드다. 방콕 시내가 점차 가까워오자 환하게 불을 밝힌 일본계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줄지어 나타난다. 200m가 채 안 되는 거리에 나란히 점포가 들어서있는가 하면 10초에 한번 꼴로 세븐일레븐 간판이 붙은 거리도 있다. 그 앞을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쥔 태국 젊은이들이 구글맵을 켠 채 누빈다.
흔히 '관광객 반, 현지인 반'이라고 표현하는 방콕 거리는 태국이 중진국으로 발돋움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 중 한 곳이던 이 나라는 해외 자본, 특히 일본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체질을 개선하며 고속 성장을 이뤘다.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단계적으로 대외 개방도를 높인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이어 경제규모 2위를 자랑하는 태국은 이제 '중진국 함정'을 빠져 나오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중진국 탈출' 태국의 선택과 집중=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발걸음이 연초부터 바빠졌다. 태국 정부가 주관하거나 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행사에 등장한 쁘라윳 총리는 가는 곳마다 '태국 4.0'과 '동부경제회랑(EEC)' 등 태국의 주요 정책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총리는 물론 정부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태국을 주목해 달라”고 외친 것은 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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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닥뜨리기 전까지 매년 7~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동남아의 맹주였다. 긴 역사를 가진 일본의 경제원조 및 협력 덕분에 제조업을 기반으로 탄탄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덮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5~45% 수준이던 투자 비중은 25%까지 곤두박질 쳤다. 여기에 제조업 중심의 노동집약형 수출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이전하면서 타격은 더욱 컸다. 결국 제조업으로 고속 성장한 태국이 제조업에 발목 잡힐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태국 정부는 새로운 성장 산업을 키우는 전략 수립에 돌입했고, 그 결과 첨단기술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태국4.0과 동부 해안지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종합계획을 내놨다. 태국이 동부 해안지대 발전에 사활을 건 것은 최대 물류항만인 램차방 항구와 고속도로, 복선 철도 등을 끼고 있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및 해외로 뻗어가는 지리적 요충지인 데다 전기전자, 자동차, 섬유 수출 산업단지가 있어 성장 가속도를 내기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기보단 인프라와 규모가 갖춰진 곳에 집중 투자를 하겠단 방침이다.

태국 정부의 이런 정책을 증명하듯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2시간을 달려 촌부리주(州)와 라용주(州)에 가까워지자 허허벌판이던 도시 외곽의 풍경은 어느새 해안을 끼고 있는 공장 밀집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각종 부품이나 완성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대형 트럭과 화물차가 분주히 오갔다. EEC로 연결된 이 지역엔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메이드 인 타일랜드' 제품은 EEC를 타고 태국에서 아세안으로, 아세안에서 세계로 퍼져 나간다.
태국 라용 아마타시티 산업단지에 있는 포스코TCS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공장 내에 놓여 있다.

태국 라용 아마타시티 산업단지에 있는 포스코TCS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공장 내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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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이런 강점과 자동차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포스코는 지난해 8월 라용의 아마타시티 산업단지에 연간 45만t 규모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인 포스코TCS를 준공했다. 포스코 준공 첫해인 지난해 10만9000t을 생산했고 올해는 25만2000t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지화 포스코TCS 경영지원실장은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연간 20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며 “연간 15만~20만t의 도금강판을 공급하는 포스코가 시장점유율 상승과 성장가능성 등을 고려해 동남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곳으론 이곳이 최적지”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공단 입주기업에 주어지는 법인세와 수입설비 면세, 태국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고 있다”며 “태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 가공, 판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아세안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국 전역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 주로 철강과 전자업체 중심으로 한국기업 392개사가 진출해 있다.

동반성장 이끄는 동남아 허브= “태국에 많은 투자가 일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이는 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세안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국경지대 무역 활성화나 태국 4.0 등이 탄력을 받으면 함께 성장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히란야 쑤찌나이 태국 투자청장은 아세안과 동반성장할 태국의 청사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0~4.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에 기반한 산업 성장과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진했던 내수가 회복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 완만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세안 최대 투자 프로젝트인 EEC에 5년 내 430억달러(약 49조원)를 투입할 방침이어서 대규모 투자가 국가 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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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윳 총리도 태국 4.0이 힘을 받기 위해선 아세안 국가들과의 동반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열린 '기회의 땅, 태국' 관련 세미나에서 “주변 아세안 국가들과 동반성장을 위해 '태국+1'을 통해 태국 4.0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태국을 중심으로 아세안 네트워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일관성과 통일성 있게 움직이는 것은 태국 경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에는 호재이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입헌군주제 국가면서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정부가 들어선 태국의 정치 상황이 투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지적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총선을 치른 후 민간정부로 정권 이양이 될 것이라던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군부정권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점은 태국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히란야 청장은 “정치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시선이 있지만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제도와 투자정책이 정치 영향으로 크게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태국은 일관성 있게 투자와 산업, 경제 정책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 거리엔 지난해 10월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을 추모하는 글귀와 상징물이 여전히 흘러 넘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국왕 서거 1주기를 맞을 때까지 검은색 옷을 입고 출근한다. '과연 잘 지켜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출근 시간 이어진 검은 복장 물결을 보며 해결됐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외국인에겐 이런 현상이 낯설겠지만 태국은 전통적 가치와 최첨단이 공존하는 곳”이라며 “이런 점이 태국의 역동성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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