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만드는 척 위장…반값에 팔아 인기 늘어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담뱃값 인상 이후 무허가 수제담배 판매점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에선 수제담배점 창업을 선전하는 글들도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수제담배 가게들은 '천연수제 담뱃잎', '직접 만들어 피우는 담뱃잎 무료로 피워 보세요', '무가공 연초(煙草) 전문'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담배가 아닌 '담뱃잎'을 판다는 의미다.
구매한 담뱃잎은 가게 안 분쇄기에 넣고 갈아야 한다. 이후 갈린 담뱃잎을 담배기계에 담고, 기계 한쪽에 필터를 끼운 담배모양의 종이를 넣으면 자동으로 수제담배가 완성된다.
담뱃잎 한 봉지로는 보통 수제담배 1보루를 만들 수 있다. 가격은 2만5000원 정도로 시중 담배 가격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수제담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담배를 제조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관할 구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담배에 화재 방지 성능도 갖춰야 하고, 담뱃갑에는 건강 경고 문구와 주요 성분·함유량도 써줘야 한다. 특히 허가를 받아 담배를 제조해 판매하는 경우엔 수익의 큰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수제담배 가게들이 손님에게 담배를 직접 만들도록 하는 이유다.
현행 담배사업법에서 정의하는 담배는 '연초의 잎을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다. 연초 잎을 그대로 피우거나 피울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을 담배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수제담배 가게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담배를 손님에게 팔거나, 종업원이 직접 담배를 만들어 주면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손님이 직접 한 보루를 만들려면 30분에서 1시간 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담뱃잎만 파는 건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가게에서 담뱃잎을 필터에 넣고 말아주는 건 담배 '제조'가 된다.
이에 서울 노원경찰서는 담뱃잎을 농산물로 수입해 가공한 뒤 무허가로 담배 수만갑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담배사업법 위반)로 김모(47)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앞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담배로 인해 서민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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