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인구학 박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
국내 1호 인구학 박사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45·사진)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일본보다 암울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인구학은 사람이 태어나고 이동하고 사망하는 것, 한 마디로 '사람 세는 것'을 다루는 학문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따분해 보이지만 숫자를 제대로 세고 그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 작업은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조 교수는 본인 자신이 인구구조의 변화 덕분에 혜택을 입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웃었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조 교수는 31세 젊은 나이에 큰 어려움 없이 서울대 교수에 임용됐다.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 해당 분야 교수들의 무더기 은퇴가 있어 박사과정 졸업 전 이미 미국 유타주립대 조교수에 내정됐어요.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에서 인구학 박사를 딴 한국인이 10년동안 혼자였기 때문이죠."
대신 그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인 큰 딸에게는 베트남어를,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딸에게는 농고 진학을 강권하고 있다. 자신을 '굉장히 현실적인 아빠'라고 소개한 그는 "남들이 다 가는 길보다 희소성 있는 분야를 찾는다면 보다 쉽게 길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연구 안식년을 보낸 그는 이 기간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을 맡으면서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 그 자신도 매일 아침 베트남어를 '열공'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연금제도 개혁도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저출산으로 젊은이들이 적어져 대학이 어려워지고,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내 노후를 의지해야 할 사학연금에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결국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이 통합되고 이는 조세제도의 개혁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큰 손'으로 작용하는 연기금도 옛 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 밭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만 난무하는 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향후 연금제도가 많이 내고 조금 받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처럼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미래가 없다"며 "세금을 피하기 위해 상류층은 자녀들을 해외에 보내고 중산층 이하의 자녀들이 상류층의 노후를 위한 세금을 짊어져야 하는 불공정한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가가 앞장서 인구학적 관점으로 향후 10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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