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돈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한지 3년이 되었어요"
"스펙 쌓기 바쁜데 알바할 시간이 어디있어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렵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버세요!" 라고 답을 하지만 부모님의 도움없이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많은데요.
첫번째, 내 인생을 저당잡힙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권력입니다. 돈을 받는 사람은 돈을 주는 사람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지요. 우리가 직장상사를 인격적으로 존경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월급을 주기 때문에 그들의 지시를 받는 것처럼요.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돈을 주는 부모는 자식의 인생에 대해 정당한 지분행사를 하고 싶어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입장 바꿔서 내가 평생 모은 돈으로 어떤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그 회사가 잘하고 있는지, 엉뚱한데 돈을 쓰지는 않는지 자꾸 간섭하게 될테니까요.
물주인 부모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식이 성공할 수 있는 투자에만 돈을 씁니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성공'의 공식이 통했던 부모세대들의 경우에는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쏟지만 자식이 '엉뚱한 짓'을 하면 반대하고 지원을 끊어버립니다. 사실 그 '엉뚱한 짓'이 훨씬 더 큰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 줄수도 있는데도 자기 스스로 돈을 벌어 그걸 할 정도로 간절하지 않으면 꿈을 접게 되지요.
세번째, 가족의 관계가 저당잡힙니다. 형제가 여러명 있으면 유난히 돈이 많이 드는 자식이 있습니다. 예체능에 특별히 재능을 보이거나 아픈 아이에게는 아무래도 경제적, 시간적 자원을 더 쏟게 되니까요. 아픈 건 어쩔수 없지만 스무살이 넘어서 '나 이거 하고 싶어! 돈 줘!'하며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는 자식에게 마음약한 부모가 퍼주게 된다면 다른 형제 입장에서는 억울함과 박탈감을 느낄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를 붙잡고 징징대며 우는 소리만 하면 돈이 나오는데 뭐하러 열심히 살겠어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 아들은 공부시키고 결혼할 때 집도 사주면서 딸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다가 정작 늙고 병들면 딸에게 수발을 바라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편애와 차별은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고 형제를 등돌리게 만드는 어리석은 선택이지요. 제일 좋은 것은 자식이 스무살이 되었을 때 똑같이 독립시키고 부모 스스로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서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는 것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똑같이 n분의 1로 사후에 상속을 하거나 기부하는 것이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겠지요.
위의 모든 사례는 부모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경우도 해당됩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이혼하지 못하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았으니까요. 경제적 독립없이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없습니다. 부모에게 돈을 받으면서 잔소리는 듣기 싫다는 것은 궤변이지요. 스무살이 넘었다면 내 앞가림은 내가 해야합니다. 무엇을 하든 내 돈으로 하세요. 그래야 뭘 해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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