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4기 환자 박 모씨의 사연
입랜스를 만들고 있는 한국화이자는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화이자가 입랜스에 대해 '급여 결정 신청'을 했음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별다른 설명 없이 '급여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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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는 1원의 세금도 밀리지 않고 납부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나라에 주기만 했지 받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2013년 첫 진단을 받고 유방암 수술을 한 박 모 씨는 '입랜스 논란' 이후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오면서 "건강했던 자신이 이렇게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박 씨는 "2013년 첫 진단을 받고 수술했는데 당시 종양 사이즈에 비해 임파선 전이가 많은 3기 말이었다"며 "우리 집안은 보통 90세 중반까지는 무난하게 사는 장수집안이라 보험에 들지 말고 그 돈으로 고기와 과일 사먹으라는 게 입버릇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금은 내분비 치료중이인데 입랜스는 제 암에 맞는 약이니까 언젠가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며 "입랜스 쓸 때를 대비해 현재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나 비싼 약값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씨의 하소연이다.
입랜스 가격이 인하되고 급여 결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박 씨의 소망이다.
박 씨는 "한국화이자가 나쁜 회사가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고 영국과 약값 차이가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 하락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럼에도 세제상 부자로 분류되는 저 조차도 이 같은 비싼 약값을 부담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씨는 "최근 미장원도 가지 않고, 옷도 안사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며 "여행 가기 위해, 아이들 등록금을 위해 돈을 모을 때와 너무나 다르게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박 씨는 "아프다는 게 이렇게 자존심 상하고 비참한 것인지 몇 년 동안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마음을 이미 다친 환자분들과 또 재발 후에 돈 때문에 겪어야 할 고통에서 (입랜스 가격인하와 급여 결정으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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