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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품어 부화시킨 '인간 암탉'…그 남자 과거를 보니

최종수정 2017.04.21 17:08 기사입력 2017.04.21 17:08

괴짜 예술가 아브라함 푸앵슈발의 기발한 작품들


프랑스 행위예술가 아브라함 푸앵슈발은 폐쇄, 감금, 부동의 생활을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극한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작가로 주목받아왔다. 이번엔 '인간 암탉'에 도전해 알품기에 나선 그는 3주만에 달걀을 부화시켜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사진 = keeskeijer instagram

어머니가 시집올 때 혼수로 해왔다던 목화 솜이불은 수십 년째 장롱에서 애물단지처럼 처박혀있지만, 그 기능은 요즘 젊은 엄마들이 선호하는 ‘구스 이불’ 저리 가라 할 만큼 압도적으로 따뜻하다. 봄맞이 대청소에 올해도 이 이불, 버려 말아 엄마와 입씨름하던 차 지구 반대편에선 목화 솜이불 덮고 달걀을 부화시킨 한 남자가 화제다. 에디슨도 못한 일을 이 남자, 어찌해냈을까? 오직 체온과 한국 솜이불만으로 병아리를 부화시킨 인간 암탉 ‘아브라함 푸앵슈발’의 괴짜 행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푸앵슈발의 '인간 암탉' 퍼포먼스는 실시간으로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중계 됐는데, 사진 우측 하단의 화면엔 알이 담겨있는 통에서 부화한 병아리가 보있다. 사진 = 'Palais de Tokyo' youtube 화면 캡쳐


암탉만큼 따뜻해지기 위해

푸앵슈발은 지난달 29일 파리 16구 센강 변에 위치한 갤러리 팔레 드 도쿄에서 새로운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달걀이 부화할 때까지 유리 벽으로 둘러싼 공간에 들어가 두꺼운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알 품는 일을 계속하는 것. 알을 직접 품으면 깨질 위험이 있어 통에 넣고 그가 앉은 의자의 바닥 면에 놓고 그 위에 그가 이불을 둘러쓰고 앉아 품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알을 놓고 위에 앉아 품는 암탉의 그것과 닮아있다. 그의 이런 노력의 결실로 지난 18일, 도전 3주 만에 달걀 하나가 부화해 첫 병아리가 깨어났다.

'인간 암탉' 전시에서 푸앵슈발이 알을 품는 형태는 암탉이 알 위에 앉아 품는 것에 착안, 의자 밑에 통을 설치해 품는 형태로 진행됐다. 사진 = Le Monde 영상 캡쳐

푸앵슈발은 체온을 높이기 위해 생강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한국식 솜 이불을 뒤집어써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알을 부화시키자 다양한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우선 부화한 병아리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주목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마이클 후렛 교수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닭보다 체온이 낮고, 저온에서 배양 및 부화한 알은 비정상적으로 자라거나 빨리 죽는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럼에도 통상 달걀이 부화하기까지 21일 이상이 소요되는 점에 미루어 볼 때 푸앵슈발의 전시는 향후 며칠간 지속될 예정이다.

죽은 곰의 뱃 속에 공간을 만든 뒤 2주간 생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푸앵슈발. 사진 속 모습은 촬영을 위해 몸통 덮개를 잠시 열어둔 상태이며, 평소에는 몸통이 완전히 덮인 상태의 박제된 곰이 전시됐고, 관람객은 그 안에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사실을 모른 채 곰의 외형만 보게 됐다. 사진 = Musee de la Chasse et de la Nature

죽은 곰 뱃속에서, 바위 속에서 살기

앞서 지난 2014년 푸앵슈발은 죽은 곰의 뱃속에서 2주간 생활하는 행위예술을 펼친 바 있다. 파리 마레지구 ‘사냥과 자연 박물관’에서 그가 선보인 이 기이한 작품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물과 음식, 몇 권의 책과 화장실 대용 변기를 갖춘 곰의 뱃속에서 그는 편한 듯 불편한 듯 독서하고 잠자며 2주의 시간을 보냈고, 그의 이런 기이한 생존기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암석 속에서 사흘을 지내고 난 뒤 주위의 도움을 받아 돌 속에서 나오고 있는 아브라함 푸앵슈발. 사진 = Le mond 영상 캡쳐

지난 2월엔 12톤 규모 암석 속에 사흘간 스스로를 가두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거대 암석을 절반으로 갈라 그 내부를 앉아있는 형태로 홈을 파낸 뒤 스스로 들어가면 암석을 닫아 완전히 스스로 갇히는 광경을 연출했다. 폐소공포를 넘어 극단적으로 꽉 막힌 공간에 스스로를 집어넣고 아주 미세한 틈을 통해 약간의 음식을 공급받는 동안을 두고 푸앵슈발은 “나는 우주 비행사처럼 움직이지 않고 이 바위를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 리옹역 앞에서 고공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아브라함 푸앵슈발. [이미지출처= EPA 연합뉴스]

때로는 강변에서, 고공에서

지난해 9월 파리 리옹역 시계탑 앞에서 그가 선보인 작품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생존기’였다. 높이 20m의 기둥 꼭대기에 0.5평 남짓한 공간에 앉아 6일간 생활한 그의 모습은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펜스도, 밧줄도 없었다) 먹고, 자는 본능적 행위를 해내야 하는 극한의 도전이었는데, 9월 26일부터 시작된 이 퍼포먼스는 10월 1일 열릴 ‘뉘 블랑쉬 백야 예술축제’를 앞두고 선보인 것이었다.

새로운 여행을 몸소 표현한 퍼포먼스도 있었다. 2015년 그는 투명한 거대 플라스틱병 안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눕혀놓은 병의 길이는 6m, 높이는 2m로 시각적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병 안에서 외부세계를 관찰하는 그의 행동은 병 속에 담아 바다에 던지곤 했던 어떤 메시지를 상징하기도, 때로는 미지의 세계에서 떨어진 수수께끼 물체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괴벽을 넘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몸소 ‘극단적 체험’을 통해 전달한 기이한 작가의 다음 프로젝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번 작품에서 달걀이 부화함에 따라 ‘egg man’ 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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