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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에 수염까지…아빠로 분장한 엄마들의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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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부양만 할 수 있다면, 벽돌공장·구두닦이 뭐든지…지구촌 싱글맘의 투쟁기


21살의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 이집트 여성 시사 아부 다우는 재혼을 거부하고 스스로 남장을 한 채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딸과 부모를 먹여살린 진짜 가장이었다. 사진 = CBC 방송 캡쳐

21살의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 이집트 여성 시사 아부 다우는 재혼을 거부하고 스스로 남장을 한 채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딸과 부모를 먹여살린 진짜 가장이었다. 사진 = CBC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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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성 평등 사회를 염원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나선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행사가 개최됐다. 일상 속 성차별과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편견 타파를 외친 페미니스트들의 직접행동은 장미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여전히 심각한 성차별로 엄마가 자녀 양육을 위해 남장을 감행한 사연이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부 다우는 남장하게 된 이유로 "남성들의 성추행을 피하고, 또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남장은 하나 뿐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대신 그녀는 스스로 남자를 자처하진 않았으며, 여성이냐 묻는 사람들 앞에선 떳떳하게 여자이자 엄마임을 밝혀왔다. 그녀의 42년 간의 헌신적 삶에 감동한 이집트 룩소르 지방정부는 그녀에게 표창장을 수여해 그 공로를 치하했다. 사진 = CBC 방송 캡쳐

아부 다우는 남장하게 된 이유로 "남성들의 성추행을 피하고, 또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남장은 하나 뿐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대신 그녀는 스스로 남자를 자처하진 않았으며, 여성이냐 묻는 사람들 앞에선 떳떳하게 여자이자 엄마임을 밝혀왔다. 그녀의 42년 간의 헌신적 삶에 감동한 이집트 룩소르 지방정부는 그녀에게 표창장을 수여해 그 공로를 치하했다. 사진 = CBC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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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공, 구두닦이도 남자만 되더라
이집트 룩소르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시사 아부 다우 할머니는 1970년 첫 아이를 임신한지 6개월 만에 남편의 죽음을 맞았다. 그때 그녀 나이 21살, 가족들은 그녀에게 유복자는 우리에게 맡기거나 아이와 그녀를 부양할 수 있는 남성과 재혼할 것을 종용했지만, 그녀는 사랑 없이 생활만을 위한 결혼을 극구 거부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미망인의 몸으로 극심한 성차별적 인식을 가진 사회에서 직업을 찾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보다 어려웠고, 가족은 그런 그녀 앞에 매번 새로운 ‘신랑감’을 소개하며 운명에 순응하라 강권했다.

그녀는 결국 가족이 보는 앞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 옷을 구해 입고는 일자리를 닥치는 대로 찾아 헤맨 끝에 벽돌 제조공으로 취업, 여느 장정과 비견해도 월등한 작업 수완을 보이며 자녀와 가족을 부양했다. 몸이 쇠약해 더 이상 벽돌공장에서 일하기가 어려워지자 그녀는 이내 구두닦이로 전직, 거리에 앉아 수많은 사람의 구두를 닦아 돈을 벌었다.

여자가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성(性)을 버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성추행을 피함과 동시에 여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돈을 벌어 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선 기꺼이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인 것. 그녀는 자신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 읽고 쓸 수 없는 자화상을 딸에게 물려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어렵게 키워낸 딸을 학교에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고 나서 이제야 여자로서의 삶을 찾아 싶었던 아부 다우는 병약한 사위가 일할 수 없어 병상에 누워있는 관계로 딸과 사위까지 부양하는 끝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몸소 실천한 끝에 룩소르 시 정부에서 수여하는 ‘가장 헌신적인 어머니’ 표창을 받으며 그 노고를 인정받았다.
텍사스 포트워스에 거주 중인 싱글 맘 이베트 바스케즈는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행사에 혼자 소외감을 느낄 것을 염려해 남장 한 뒤 행사장을 찾아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사진 = Yevette Vasquez Facebook

텍사스 포트워스에 거주 중인 싱글 맘 이베트 바스케즈는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행사에 혼자 소외감을 느낄 것을 염려해 남장 한 뒤 행사장을 찾아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사진 = Yevette Vasquez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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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붙이고 학교 찾은 엄마의 사연

지난해 9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거주하는 이베트 바스케스는 여느 때와 같이 아들 일라이저를 학교에 데려다주던 중 주차장에 빼곡한 차들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 날은 학교에서 아버지와 함께 도넛을 먹는 초청 행사일이었던 것. 그녀는 일라이저를 비롯한 3형제를 홀로 키우는 ‘싱글 맘’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날 행사에 대한 알림을 전혀 받지 못했고, 홀로 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미안함을 느낀 그녀는 곧장 집으로 향해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가짜 수염을 붙이고는 학교로 돌아와 행사장에 들어섰다.

평소 메이크업에 자신있던 바스케즈는 행사 시작 전 10분 만에 모자와 콧수염만으로 완벽한 '아빠룩'을 완성해 박수를 받았다. 사진 = Yevette Vasquez Facebook

평소 메이크업에 자신있던 바스케즈는 행사 시작 전 10분 만에 모자와 콧수염만으로 완벽한 '아빠룩'을 완성해 박수를 받았다. 사진 = Yevette Vasquez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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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도서관 안의 많은 아빠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이 내가 유난 떤다고 싫어할까 걱정했지만, 아이가 좋아했다”며 “꼭 아버지를 보지 못하더라도 아들이 놀랄만한 남자, 아버지, 그리고 남편이 되도록 키울 수 있길 바란다”는 자신을 비롯한 싱글맘 가정에 지지의 메시지를 남겨 페이스북 유저들의 폭발적인 공유와 지지를 얻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 중인 싱글맘 에이미 패터슨 역시 딸이 학교에서 아빠와의 댄스파티 행사에 홀로 가면 소외감을 느낄까 염려해 마스카라로 수염 분장을 하고 학교를 찾았지만 '남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했다. 이 사연은 그녀의 SNS를 통해 각종 언론에 보도되며 학교 측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냈지만 이미 상처받은 그녀와 딸의 마음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 = Amy peterson Facebook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 중인 싱글맘 에이미 패터슨 역시 딸이 학교에서 아빠와의 댄스파티 행사에 홀로 가면 소외감을 느낄까 염려해 마스카라로 수염 분장을 하고 학교를 찾았지만 '남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했다. 이 사연은 그녀의 SNS를 통해 각종 언론에 보도되며 학교 측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냈지만 이미 상처받은 그녀와 딸의 마음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 = Amy peterson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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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엄마와 뒤늦은 학교의 사과

애틀랜타 출신의 싱글맘 에이미 피터슨 역시 바스케스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다. 피터슨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6살 난 딸 그레이시가 학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댄스파티에 소외될 것을 염려, 직접 마스카라로 수염을 그린 뒤 큰 셔츠와 보타이를 매고 행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녀를 향해 ‘남자가 아니므로 입장할 수 없다’며 문전박대당했고, 결국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자 헨리 카운티 학교 측은 즉각 모녀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같은 날 아이를 데려왔다 문전박대 당했던 싱글 맘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피터슨은 “6살짜리 아이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분통을 터트리며 “학교 측의 진행은 아주 잘못됐다. 그들은 어떤 부모도 돌려보내서는 안 됐다”며 싱글 맘 가정에 차별적 대우를 한 학교 측의 실수를 강도 높게 비판해 화제가 됐고, 이 사건은 지역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에 소개되며 공분을 샀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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