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돈 많아" 새 정부 추경 등 경제활성화 정책이 관건
◆선진국발 훈풍은 부는데=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0.08%포인트 높은 3.43%를 제시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견고한 소비회복세로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중국은 인프라 투자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정부의 성장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11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3.3%로 제시하면서도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전망치를 0.1~0.2%포인트 일제히 높였다.
경기에 대한 낙관론은 아직은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출 호조는 전년 수출이 워낙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고, 내수도 아직 '살아났다'고 평가하기에는 흐름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로 소비부진이 꼽히고 있다. 가계는 1300조원이 넘는 부채 부담과 함께 고령화에 따른 노후자금 마련, 고용 불안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다.
기업들에는 돈이 쌓여 있는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순자금운용(자금운용액-자금조달액) 비율은 2008년 -7.6%에서 2015년 0.3%, 지난해 0.9% 등으로 높아졌다. 그만큼 투자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비금융 법인기업 금융자산 잔액은 2433조원으로 금융부채 잔액(2418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대기업 투자확대의 대부분이 경기가 좋은 IT기업들에 집중돼 있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투자 위축은 투자수요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장기불황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새 정부로 넘어간 '추경'=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강력한 경제활성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가계와 기업이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을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 투자 활성화, 취약층 보호 강화, 기본소득 확대 등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해외투자은행들은 하반기 추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씨티는 "정부는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이어 하반기에는 추경 편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보조금을 중심으로 내수진작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예상 추경규모로는 노무라가 10조원, 씨티는 15조원, 바클레이스는 20조원을 내놓았다. 노무라는 "추경은 0.2%포인트의 성장률 제고효과를 가져와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상쇄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선후보 가운데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먼저 추경 편성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경 편성에 돌입해 경제부흥 2017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도 경제정책 공약을 내놓으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 흐름대로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국면이라면 추경을 편성하기 어려워진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경 필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하방위험이 증대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재정확장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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