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전 체크리스트
1. 혼자 두지 않을 수 있는가
2. 양육비용·시간이 있는가
3. 불편함을 감수할수 있는가
4. 15년 이상 함께할 수 있는가
"퇴근길 만난 옆집 사람이 화난 얼굴로 '개 키우냐'고 하더라구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서요. 제가 집에 있을땐 토토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죠. 늘 집에 있을 수도 없고…. 결국 토토를 다른 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번째 조건은 '양육할 수 있는지' 입니다. 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초보자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먹이만 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 중에는 "강아지가 앞발로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고 냉장고에서 물도 좀 꺼내 마셨으면 좋겠다"는 분도 있었죠. 때 되면 혼자 애견샵에 찾아가서 발톱도 깎고 오고, 아프면 병원에도 갔다오고 말이죠. 반려견을 돌볼 시간과 의지, 병원에 데려갈 재력(?)이 없다면 반려견을 양육할 조건이 안 되는 것이지요.
세번째 조건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입니다. 요즘 아이를 낳지 않고 산다는 '딩크족'이 유행이라고 하죠. 한 자녀 가정도 많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감도 크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반려견도 마찬가집니다. 대표적인 게 '털'입니다. 반려견을 오래 키운 반려인들을 유심히 보면 짙은색 옷을 잘 입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까만 코트라도 입을라치면 아무리 열심히 털고 청소해도 반려견의 털이 조금은 묻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견의 털이 나의 일부 혹은 우리집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토토는 털이 길고 잘 빠지는 재패니츠 스피치였습니다. 사실 옆집의 항의를 듣기 전부터 토토의 견주는 토토의 털빠짐, 토토를 맡길 곳을 찾을 수 없어 고민이었죠. 만약 토토의 견주가 이런 조건을 충분히 고려했더라면, 토토는 다른 집에 보내지지 않고 살 수 있었을 겁니다. 어때요, 네가지 조건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셨나요? 다음부터는 저와 본격적으로 강아지를 키워보겠습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박태진 수의사/
박태진 수의사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현 농림축산검역본부)을 거쳐 1999년 삼성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박 수의사는 입사 후 10년간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맹인 안내견 훈련을 담당했다. 현재는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운영 전반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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