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괴테 희곡 '클라비고'에는 "사람은 한 번 밖에 못산다"는 대사가 나온다. 가수 황정자가 1965년에 부른 '노래가락 챠챠챠'에선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며 괴테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이렇듯 "인생은 오로지 한번 뿐"은 수백년 된 유행어다. 2011년 미국의 인기 랩퍼 드레이크가 '더 모토'라는 곡에서 이 문장을 한 단어로 줄였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유행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어차피 인생은 한방"이라는 대담함과 "인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라는 자존감의 경계 어디쯤에 욜로가 있다. 생명을 건 무모한 도전을 하기 전에 쓰기도 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쓰기도 한다.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다 "여튼 그래"라며 주제를 환기할 때에도 '욜로'를 외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욜로족에겐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어떻게든 좁히려는 서글픈 결기가, 닿을 수 없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염원이 묻어난다. SK엔카가 최근 실시한 '욜로족의 드림카' 설문에서 고가의 수입차 '포르쉐'가 1위를 차지했다. 욜로의 개념이 '자연스러운, 순간의 행복 추구'라는 원의미에서 '극단적인 사치'로 치환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NS 인증샷을 위해 비싼 해외여행을 떠나고 고급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게 욜로 라이프는 아닐텐데 말이다.
구글의 검색 인공지능 '랭크브레인'이 우리네 직장인들의 서글픈 현실을 이미 알아챘는지도 모르겠다. 구글에서 한글로 '욜로'를 검색하면 '요리로'가 준 말이라는 검색 결과가 가장 먼저 나온다. 구글 검색결과는 친절하게도 "고 녀석이 '욜로' 도망을 쳤다"라는 예문도 곁들인다.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수만번 욜로족이 되기를 꿈꾸다가도 상급자의 "욜로 와(요리로 와)!"라는 부름에 "옙"하고 잽싸게 달려간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하겐다즈 맘껏 먹었다…'1만8000원 냉동식품 뷔페'...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