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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욜로(YOLO)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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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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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괴테 희곡 '클라비고'에는 "사람은 한 번 밖에 못산다"는 대사가 나온다. 가수 황정자가 1965년에 부른 '노래가락 챠챠챠'에선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며 괴테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이렇듯 "인생은 오로지 한번 뿐"은 수백년 된 유행어다. 2011년 미국의 인기 랩퍼 드레이크가 '더 모토'라는 곡에서 이 문장을 한 단어로 줄였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유행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어차피 인생은 한방"이라는 대담함과 "인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라는 자존감의 경계 어디쯤에 욜로가 있다. 생명을 건 무모한 도전을 하기 전에 쓰기도 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쓰기도 한다.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다 "여튼 그래"라며 주제를 환기할 때에도 '욜로'를 외친다고 한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국내에선 '욜로족(族)'이 구세주처럼 떠받들여진다. 마케팅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욜로 라이프'를 올해의 마케팅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여행, 인테리어, 패션, 식음료, 공연업계에서 욜로족 잡기에 혈안이다. 업체들은 욜로족에 대해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고 지혜롭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며 치켜 세운다. 그와 동시에 이들에게 '돈 쓰기 = 행복'이라는 수식을 주입시킨다. 빠듯한 월급을 털어 크게 한번 쏘게 하는게 욜로 마케팅의 숨은 목적이다. 소위 '나를 위한 선물'을 쇼핑하며 '탕진잼(재산을 탕진하는 재미라는 신조어)'에 중독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욜로족에겐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어떻게든 좁히려는 서글픈 결기가, 닿을 수 없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염원이 묻어난다. SK엔카가 최근 실시한 '욜로족의 드림카' 설문에서 고가의 수입차 '포르쉐'가 1위를 차지했다. 욜로의 개념이 '자연스러운, 순간의 행복 추구'라는 원의미에서 '극단적인 사치'로 치환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NS 인증샷을 위해 비싼 해외여행을 떠나고 고급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게 욜로 라이프는 아닐텐데 말이다.

구글의 검색 인공지능 '랭크브레인'이 우리네 직장인들의 서글픈 현실을 이미 알아챘는지도 모르겠다. 구글에서 한글로 '욜로'를 검색하면 '요리로'가 준 말이라는 검색 결과가 가장 먼저 나온다. 구글 검색결과는 친절하게도 "고 녀석이 '욜로' 도망을 쳤다"라는 예문도 곁들인다.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수만번 욜로족이 되기를 꿈꾸다가도 상급자의 "욜로 와(요리로 와)!"라는 부름에 "옙"하고 잽싸게 달려간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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