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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돋는 대선공약 데자뷔…"또 속아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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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선거공약 사전검증제 '팽'치고 일단 공약 던져보기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한마디로 '도긴개긴'이라는 말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행간을 못 읽는 나의 무지함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으로 위로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광주를 미래 자동차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 광주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로 조성하는 걸 뒷받침하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7일 민주당 경선 첫 번째 순회 경선지인 호남에서 내건 공약이다.
시간을 4년 4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2012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광주ㆍ전남 공약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광주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및 친환경 클러스터로 지원하겠다."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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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천상에 있는 공약을 지상으로 끌어내릴 주인공인 기아자동차는 그때나 지금이나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역 숙원산업이니 대선후보라면 한 번쯤 실현 가능성을 떠나 '툭' 던져볼 만하다. 일단 해보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 위법(違法)도 아니지 않은가.

단골 공약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외에도 문 후보가 내세운 호남 공약은 2012년 박근혜 후보 공약의 데자뷔 성격이 짙다. 마치 같은 당 소속인 듯 하다.
문 후보의 서남해안 관광휴양벨트는 당시 박 후보가 내세운 해양관광벨트 구축과 일맥상통한다.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문 후보의 구상은 4년 4개월 전 호남 고속철도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해 공항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박 후보 공약과 비슷하다.

이 방안은 이미 정부가 검토에 들어갔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보고회도 조만간 열릴 계획이다. 조금 과하게 이야기하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사업에 숟가락을 얻는 형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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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을 사는 두 후보의 수사(修辭)는 소름이 돋을 정도 유사하다.

박 후보는 2012년 12월 5일 순천시장과 목포역, 남광주시장 유세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부처와 공공기관, 공기업을 막론하고 호남의 인재들이, 여러분의 아들딸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3월 27일 문재인 후보는 "호남의 아들딸들이 부당한 차별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책임지겠습니다."고 했다.

4년을 뛰어넘는 시간이지만 두 후보의 공약 유사성은 호남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에 징벌적 금전 보상제를 적용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은 동일기업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문 후보 공약)으로 겉옷만 바꿔 입었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으로 강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심지어 근로시간 단축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은 일치한다.

엇비슷한 공약이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공약 추진에 따르는 재원 마련방안 등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독립기구를 통해 공약 소요 예산과 재원조달 방안을 검증하는 '선거공약 사전검증제'를 도입하려 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약에 들어가는 예산분석이 필수인데 선거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작년에 이런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뭉갠 곳이 바로 국회다.

이렇다 보니 매번 선거 때마다 장밋빛 공약에 유권자들은 일종의 '사기'를 당한다. 호주나 네덜란드 등은 정치권 공약에 따른 재정 소요를 선거 전에 정부부처나 출연연구기관이 추계해 공표하도록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번 조기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암류(暗流)가 보인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불온한 움직임에 불안하다. 지금이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와 공약들은 후보들 스스로 걸러내야 한다.

촛불로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권력은 앞으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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