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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친중파' 女행정수반 시대 홍콩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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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제5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선거위원회 위원으로부터 777표를 획득해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캐리 람 후보가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미지출처=AP연합]

26일(현지시간)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제5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선거위원회 위원으로부터 777표를 획득해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캐리 람 후보가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미지출처=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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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홍콩=김혜원 특파원] "홍콩에서 나고 자랐는데 선거철이면 '제2의 시민'인 것 같아 깊은 좌절을 느껴요. 홍콩에는 유망한 정치인이 부족하다지만 그래도 직접 수반을 뽑고 싶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그런 리더요."

홍콩의 제5대 행정장관 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만난 명문 홍콩대 학생들은 입을 모아 현실을 개탄했다. 홍콩대는 이번 선거에서 중국 정부의 노골적 지지를 등에 업고 압도적인 표차로 홍콩 행정수반에 오른 캐리 람 전 정무사장의 모교이기도 하다.
홍콩의 첫 여성 행정장관을 배출했지만 후배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홍콩의 민심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간택한 인물이 이변 없이 승리한 데 대해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친(親)중국 성향이 짙은 캐리 람은 40년 가까이 공직에 헌신한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한때 홍콩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2014년 '우산혁명'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하면서 홍콩인에게는 반감을 샀고 중국에는 점수를 따 행정수반 자리까지 꿰차게 됐다.

홍콩대 회계재무학과 학생 제시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다. 많은 친구들이 가능하다면 다른 나라로 이민 갈까 고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술 전공자 크리스털도 "홍콩과 중국 관계가 깨진 것은 아니지만 취약하기 때문에 암울한 미래를 전망한다. 독재가 홍콩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해외 이주를 자주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듯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홍콩인의 민주주의 열망은 커지고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커 보였다. 선거 현장의 분위기는 격렬한 시위대가 들이닥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차분했다. 투표장 주변에는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돼 시위대 접근이 어려울뿐더러 규모가 작아 한산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홍콩 깃발을 든 친중 지지 세력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투표권이 없는 홍콩 시민들이 선거 때마다 범민주파 시민단체 주도 아래 실시하는 온라인 가상 투표 참여자도 턱없이 적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우산혁명 이후 홍콩 시민 대다수는 깊은 좌절과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26일 선거가 열린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만난 한 홍콩 시민은 "정치 참여 의식이 더 낮아진 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변할 게 없기 때문에 대중은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날 12시35분께 캐리 람의 과반 득표가 가까워지자 개표 현장은 지지자의 환호와 반대 세력의 야유가 뒤섞여 장내가 술렁였다. 캐리 람은 간선 선거인단의 과반인 601표를 웃도는 777표를 얻었다. 경쟁자인 온건 친중파 존 창 전 재정사장은 캐리 람의 절반에 못 미치는 365표 득표에 그쳤다.

낙담한 존 창 지지 세력은 컨벤션전시센터 바깥에서 "우리 정부는 스스로 결정한다" "1인 1표 완전 직선제 도입" 등을 외치는 민심 대열에 합류했다. 이 시각 내부에서는 "홍콩이 여러 가지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캐리 람의 당선 일성이 전파를 타 대조를 이뤘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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